‘지구당’ 부활 딜레마…선관위, 과거 “설치하되 부패대책도 실행하자”

고정애 2024. 6. 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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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을 되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야 특히 여권을 달군 이슈다.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이들 대부분 양쪽 입장으로 갈라섰다.

부활론 쪽(국민의힘 나경원·안철수·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에선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에게 불공정하니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 쪽(국민의힘 오세훈·유승민·홍준표, 조국혁신당 조국)은 지구당을 되살리면 돈이 들 수밖에 없어 과거의 부패구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양자택일의 문제처럼 논쟁이 진행되지만 단지 그렇게 넘기기엔 미묘한 지점들이 있다.

우선 ‘풀뿌리 민주주의’란 명분이다. 여느 시민도 다양한 정치적 참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풀뿌리까지 정당이 연결돼 있어야 한다.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2002년 이른바 ‘오세훈법’이 정당 조직을 중앙당과 시·도당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교통·통신·대중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지구당의 통로로서의 의미가 상당 부분 완화되었다”며 정당 조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교통·통신·대중매체론 지구당의 부재를 메꾸기 역부족이란 의견이 다수다. 더욱이 현역 의원은 후원회 명목으로 후원금은 물론 여전히 지구당 격인 사무소(연락소)를 운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원이 아닌 정치인들과 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졌다. 당원 관리도 시·도당에서 하다 보니 지역과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은 “조그만 공간이라도 지역 주민이 당 관련 인사를 편하게 만날 수 있어야 풀뿌리 민주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여러 구실로 사무실을 유지하는 분도 있지만 그곳에서 당 관련 사무를 보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멀쩡한 분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이라고 했다.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사무실 운영에 돈이 들어가게 마련이고 후원금 모금을 허용하면 지역유지나 공천을 기대하는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금전적으로 얽힐 가능성이 있다. 인적 네트워크가 견고하지 않은 정치 신인보다는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한 경제력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른바 ‘제왕적 총재’ 시절엔 이 구조를 통해 사당(私黨)화할 수 있었다. 일종의 금권 카르텔 구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거와 공천권을 매개로 지역 토호-지구당 위원장-당 대표 사이에 형성되는 정치권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내고자 하는 게 오세훈법 개혁의 요체”이라고 한 이유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제3의 대안도 나온다. 중앙선관위가 2015년과 2016년, 2021년에 낸 개정 의견이 그렇다. 지구당 비슷한 걸 설치하되 사당화·부패 방지책도 함께 실행하자고 했다. 현행 중앙당과 시·도당 체제를 중앙당과 시·군·구당 체제로 바꾸고 시·도당을 임의기구인 시·도지부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 성북갑·을 선거구는 국회의원은 둘이지만 성북구 당부 대표자는 한 명, 동해-태백-삼척-정선은 국회의원은 한 명이나 시·군 당부 대표자 4명이 있게 되는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구·시·군당에서 후원금 모금도 가능하게 했다. 대신 구·시·군당 대표자를 해당 당부의 당원총회나 대의원대회에서 비밀투표로 선출하게 하고 시·군·구 사무실을 해당 지방의회 청사에 둘 수 있도록 하는 안도 제시했다.

윤희숙 전 의원의 제안도 현실적이다. 지구당은 설치하되, 후원금 모금은 계속 금지하자는 것이다. 대신 지역구에 걷힌 당비와 그에 비례해 책정된 중앙당 지원금으로 지구당을 운영할 수 있게 하자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은 현재 지역구에서 걷힌 당비 중 60%를 중앙당과 시·도당이, 40%만 각 지역 당협이 운용한다. 이는 당에서 하달한 현수막을 걸 비용도 안 된다”며 “40%를 20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당원을 늘려가는 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당비와 중앙당 지원을 연동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각종 보조금으로 중앙당에 돈이 없지 않다.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 당의 존재감을 키우려면 중앙당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구당 부활 주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강한데 낙선자가 많아서다. 원외당협위원장들이 공개적으로 부활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5일 원외당협위원장들과 만나 “후원회 개설과 유급 직원 고용까지는 한 번에 못하더라도 지역구에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되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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