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등재 제동걸린 日 “한국과 정중히 논의하겠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4. 6. 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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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번엔 ‘강제 노역’ 포함할까
일본이 뉴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진 후보로 선정한 니가타현 사도 광산 갱 내부 모습./교도 연합뉴스

일본이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사도광산에 대해 유네스코 자문 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6일 ‘보류’ 권고를 통보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우리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등재를)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관례상 표결 없이 세계유산위원회(WHC) 위원이 전원 의견 일치로 결정하는 ‘컨센서스(consensus)’ 방식을 취하고 있어, WHC 위원국인 한국이 반대할 경우 등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협의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이철원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는 사도광산은 17세기 세계 최대 규모로 금을 생산했던 광산이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9년 이후 1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구리·철·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기 위한 강제 노역을 했던 곳이다. 일본 정부는 대상 기간을 강점기 이전인 에도 시대(1603~1868년)로 제한해 등재 신청을 했는데, 강제 노역에 대한 사실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일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일본 측의 조치가 충분치 않을 경우 등재에 반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은 다음 달 인도 뉴델리에서 회의가 열리는 WHC 회의에서 결정된다. ICOMOS의 권고는 등재 여부에 중요한 참고사항이기 때문에 ‘보류’ 결정에 대한 일본 측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ICOMOS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 대상에 대해 서류 검토와 현장 실사 등을 거쳐 등재 권고(inscription), 보류(referral, 일본은 ‘정보 조회’로 번역), 반려(deferral), 등재불가(non-inscription) 등 네 권고안 중 하나를 결정한다. ‘보류’란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니 보완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 통상 보완 조치를 거쳐 이듬해 등재되는 경우가 많지만, 때에 따라서는 해당 연도에 등재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의 경우 정보 조회(보류) 결정이 난 여섯 건이 모두 같은 해 등재됐다”고 전했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현재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WHC의 21개 위원국 중 하나로, 한국이 강력히 반대한다면 일본의 계획엔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규정상으론 위원국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등재가 가결되지만 실제 표결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입장이 반영됐다고 판단하면 정부는 컨센서스 형성을 막지 않는 것도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도 일본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등재를)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NHK 등에 따르면 ICOMOS는 사도광산 등재에 대해 “광업 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의 자산에 대해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과 전시 전략을 수립할 것을 고려하라”는 내용 등을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한국 정부가 요구해온, 일제강점기 시기 사도광산의 강제노역 역사 누락 문제를 개선하라고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7일 “이코모스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사도광산에 대해 세계유산등재를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등재에 몇 가지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요청에 대해선 “정중히 논의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ICOMOS 권고에 구속력이나 강제성은 없다. 2015년 ‘군함도’로 알려진 하시마 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도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 노역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한편 당시 ICOMOS는 ‘등재’ 의견을 내면서 ‘전체 역사’를 알게 하라고 권고한 반면 이번 의견은 ‘보류’이기 때문에 일본 측이 더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하시마 광산과 달리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일본에 요구 중이라고 알려졌다.

그래픽=이철원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국가 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고 대립적 상황으로 가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전반적 관행과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며 “투표까지 가는 상황은 최대한 피하면서 한일 합의를 이루려는 것이 양국 정부가 원하는 목표”라고 했다. 한국 정부로서도 대부분의 다른 위원국이 표결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에서 반대 강행보다는 사전에 조율하는 편이 외교적인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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