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경영 선언' 기념일에 삼성 첫 파업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삼성 신경영의 출발로 평가받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신경영 31주년을 맞았지만 삼성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별도 기념행사를 열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념식 대신 2주간 미국 전역의 인공지능(AI), 통신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30여 개 일정을 잡고 강행군을 이어가는 것도 위기 경영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켐핀스키호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비장한 각오로 전 세계 200여 명의 삼성그룹 핵심 임원을 불러 모아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문했다. 삼성 신경영의 출발로 평가받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그는 안일한 조직 문화도 질타했다. “일하는 사람 뒷다리 잡는 풍토와 집단 이기주의 등 정신문화 불량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킨 전기이자 이후 위기 때마다 길라잡이를 해준 이정표였다.
신경영 31주년을 맞았지만 삼성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별도 기념행사를 열지 않았다. 당면한 여건이 신경영 선언 때만큼이나 심각해서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이 늦은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선 대만 TSMC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념식 대신 2주간 미국 전역의 인공지능(AI), 통신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30여 개 일정을 잡고 강행군을 이어가는 것도 위기 경영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이런 날 조합원 대부분이 반도체 부문 직원으로 구성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집단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삼성 창사 55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했다. 전삼노는 회사가 제시한 평균 임금 5.1% 인상안을 거부한 채 단체행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지만, 위기를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렇게 명분을 잃다 보니 전체 임직원의 이날 연차 사용률은 1년 전 현충일 당시 징검다리 연휴 때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전삼노는 “연가 투쟁은 우리의 최종 목표인 총파업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절차”라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쯤 되면 삼성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31년 전 이 선대회장의 지적대로 ‘내부 정신문화 불량’에서 온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변하지 않으면 2류나 2.5류가 된다”는 선대회장의 고언을 먼저 새겨야 하는 건 이 회사 노조 아닌가.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서 몸값 치솟자…"월급 68만원" 대기업도 눈 돌렸다
- 대실 손님 받아 月2000만원 벌더니…신촌 모텔촌 '천지개벽'
- "이러다 정말 다 털릴 판"…TSMC도 당했다 '발칵'
- "5000만원 더 받아야지" 집주인들 돌변…수원에 무슨 일이
- "쇼핑에만 10억 썼어요"…스타 '쇼호스트' 비결 알고 보니
- 호주 모델, 숨진 남편의 사후 정자 채취로 '기적의 딸' 출산
- 에스파·뉴진스 줄줄이…돈 안되는 '대학축제' 가는 이유 [연계소문]
- '현충일 욱일기' 부산 아파트 주민의 후회…"깊이 반성 중"
- '블핑' 리사 남친, 루이비통 후계자 급부상…5남매 치열한 경쟁
- "경복궁에 용오름?"…체험학습 간 초등학생 깜짝 놀랐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