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1심 선고까지 20개월… 사법 방해의 ‘끝판왕’
재판부 기피 신청이 기각되자 항고·재항고, 재판 연기시켜
1년 8개월간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1심 재판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사법 방해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화영씨가 검찰 조사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2019년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은 작년 6월이다. 이씨의 입장 변화가 법정과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씨 아내는 남편 모르게 변론을 주관하던 서민석 변호사에 대한 해임 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변호사 해임은) 내 의사가 아니다”라고 했고, 그의 아내는 “정신 차려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민주당도 조직적으로 나섰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2022년 12월 이씨를 특별 면회해 이씨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샀고, 박찬대 의원은 ‘대북 송금 보고’ 진술 후 이씨 측을 만나 “당이 최대한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씨 아내는 “남편이 검찰에 협박받고 고립돼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청을 찾아가 농성을 벌였고, 수사 검사들의 실명과 조직도를 공개하며 압박했다.
민변(民辯)과 민주당 출신 변호인들은 법정에서 이씨와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작년 8월, 민변 출신 김형태 변호사가 이씨의 의사도 묻지 않고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이씨의 검찰 진술을 부인하는 의견서를 냈다. 이씨가 거부하자 김 변호사는 나가버렸다.
이런 와중에 서 변호사는 “정상적인 변론이 어렵다”며 사임했다. 작년 9월 현직 민주당 경기도의원인 김광민 변호사가 이씨의 새 변호인으로 선임될 때까지 이씨 재판은 한 달 이상 공전했다. 새 변호사 선임 직후 갑자기 이씨는 옥중 편지로 “검찰의 압박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다”며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이 대표가 ‘대북 송금’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기 이틀 전이었다.
이씨는 작년 10월 “재판 진행이 불공평하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법조계에선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법원은 기각했지만, 이씨가 기피 신청 기각에 대해 항고·재항고로 대법원 판단까지 받느라 77일 동안 재판은 중단됐다. 이씨는 지난 4월 “수원지검 청사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회유당했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선고 4일을 앞두고 “검찰 수사를 조사해야 한다”며 ‘이화영 특검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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