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포퓰리즘·친러…유럽의회 파고드는 극우파
9일 결판, 유럽의회 선거로 본 정치 지형
유럽의회는 1900억 유로(약 285조원)의 예산과 관련 입법을 책임지면서 거대 EU기관들을 통제한다. 독일의 정치·선거분석 컨설팅 업체인 엘렉치온(Election.de)의 6일 발표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전망은 ‘우파 선전, 좌파 부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치그룹 중 보수 성향의 ‘유럽보수와 개혁(ECR)’이 66석에서 82석으로 16석을, 더 보수적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62석에서 69석으로 7석을 각각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ID에는 프랑스 국민연합(RN)이, ECR에는 ‘이탈리아의 형제들(FiD)’ 등 포퓰리즘·반이민 성향의 극우 정당이 포진해 있다. 현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 소속한 최대 정치그룹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도 5석을 늘릴 것으로 예측됐다. 우파의 예상 의석 증가 수는 28석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니 그동안 자숙해왔던 EU 각국의 극우 정치인이 갈수록 활개칠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부 수반으론 이탈리아 ‘이탈리아형제단(Fdi)’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헝가리 피데스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있다.
2022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41.46%를 득표했던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를 계기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더욱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지난 4월 15일 퇴직과 연금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개혁안에 서명한 직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26%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포퓰리즘을 앞세워 연금개혁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르펜 대표의 경우 39%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와 폴리티코 유럽 등은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현 EU 집행위원장인 폰데어라이엔과 프랑스 극우정치인 르펜 모두로부터 협력 제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멜로니는 2022년 총리 취임 당시 반이민 발언으로 극우 성향으로 평가 받았지만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면서 합리적 우파 지도자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현재로는 중도 좌·우파가 다수 의석을 차지하겠지만, 이민·우크라이나 등으로 극우세력이 각국에서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폰데어라이엔이 연임을 하더라도 정책 면에서 아무래도 더욱 우파로 기울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고속으로 질주해온 환경·이민 등 유럽의 진보정치에 ‘속도조절’을 처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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