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전산 오류 99% 폭락때 국내 투자자 60여명 피해 확인

이혜운 기자 2024. 6. 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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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가 주문은 모두 취소됐는데 시장가 주문만 증거금 초과 체결

“주가가 0.1달러일때 사겠다고 주문을 냈는데 나중에 보니 90배가량인 9달러에 거래가 체결됐어요. 이때문에 수천만원의 빚까지 지게 됐구요.”

지난 3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 전산 오류가 발생해 일부 종목의 거래가 중단됐다가 재개됐을 때 일부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전산 오류로 버크셔해서웨이와 뉴스케일 파워 등 40여 종목 가격이 99%가량 폭락하자 “잘못된 가격으로 체결된 거래에 대해 무효화한다”며 “피해가 없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당시 투자자가 사고자 하는 가격을 정해서 매수 주문을 내는 지정가 주문은 모두 취소됐지만, 시장가 주문(시가와 가장 가까운 가격으로 매매가 성립되는 주문)은 취소되지 않았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종목은 소형 원자로 설계업체인 ‘뉴스케일 파워’다. 지난 3일 뉴스케일 파워 주가는 전산오류로 인해 8~9달러대에서 0.13달러로 떨어졌다. 이때 일부 국내 투자자들이 시장가로 사겠다고 주문을 냈는데, 이 주문이 취소되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 전산이 정상화되면서 뉴스케일 파워 주가는 다시 8~9달러대로 복원됐고, 이 가격으로 시장가 주문이 체결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0.1달러에 사려던 주식을 80~90배 가격으로 산 것이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투자자의 주문 금액이 계좌에 있는 금액보다 적을 경우 자동으로 미수(외상) 거래로 진행하는 바람에 고객 피해 금액이 커졌다. 투자자 A씨는 “뉴스케일 파워 주가가 99% 폭락해 0.13달러가 된 것을 보고 혹시나 하고 시장가로 매수 주문을 넣은 후 오류라는 기사를 보고 매수 취소를 눌렀지만 되지 않았다”며 “주식을 수십 배나 비싸게 산 것도 억울한데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미수 거래로 빚까지 지게돼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국내 대부분 증권사들은 고객이 미국 주식을 사겠다고 주문하더라도 고객 자산의 일정 범위에서만 허용해준다. 이 때문에 이번 뉴욕 증시 전산 오류가 복구돼 주가가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을 때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주문했던 거래가 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이런 한도를 두지 않았다가 고객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7일 현재 60여 명이 모인 피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파악한 금액은 70만달러(약 9억6000만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부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주식시장의 이상 거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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