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AI 경쟁에서 뒤쳐졌나?

박종원 2024. 6. 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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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의 보안 및 완벽지상주의로 AI 제품 출시 미뤄져
새로 영입한 외부 인사도 애플 사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부서별로 각자 알아서 하는 파편적인 연구 방식도 문제
외부 AI 업체와 협력 가능성 높아, 오는 10일 개발자 대회 주목
지난해 10월 30일 프랑스 뮐르즈에서 촬영된 애플의 인공지능(AI) 비서 '시리'의 로고.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1년 당시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에 인공지능(AI) 비서 '시리'를 탑재하며 시장을 선도했던 애플이 다시 업계를 선도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그동안 AI 시장에서 경쟁자들에게 뒤쳐진 이유에 대해 완벽·비밀 주의를 추구하다 시장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고, AI 개발 면에서도 체계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AI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시리 출시 이후 눈에 띄는 AI 관련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올해 2월 출시된 애플의 '비전 프로'에는 사람의 시선을 추적하는 AI 기술이 도입됐지만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준은 아니었다. 그 사이 미 AI 기업 오픈AI는 2022년 문자나 이미지, 영상, 음악 등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인 'GPT'에 채팅 로봇을 연결한 '챗GPT'를 공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9년부터 오픈AI와 협력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자사의 생성형AI '코파일럿'을 공개했으며 이외에도 구글, 메타, 아마존, 바이두 등 여러 기업들이 생성형 AI 제품들을 출시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애플 역시 시리를 개선하는 한편 자사의 제품군에 AI 기술을 도입하려고 했다. WSJ는 애플이 AI 개발 과정에서 강박적으로 사용자 보안 및 완벽주의에 매달렸다고 진단했다. 과거 애플에서 시리의 자연어 엔진 개발을 담당한 기술자였던 비니트 코슬라 워싱턴포스트(WP)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애플은 그들의 AI가 보안 부분에서 매우 민감하게 작동하길 원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 워싱턴 대학의 페드로 도밍고스 컴퓨터 과학·공학 명예교수는 WSJ에 “AI에 100% 정확도란 없다”면서 "애플의 방식은 이러한 현실과 양립할 수 없다. 그들은 무엇이든 완벽하다고 느끼기 전에는 출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무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애플은 지난 2018년 구글 기술 임원 출신의 존 지아난드레아를 AI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하여 시리 개선 작업을 맡겼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아난드레아는 애플 개발 부서들이 파편적으로 연구하던 AI를 자신의 지휘 아래 통합하려 했으며 이를 위해 구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채용했다. 그러나 지아난드레아의 구글식 AI팀은 마감 기한을 엄격하게 지키는 애플의 사내 문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팀 내부에도 균열이 생겼다. 애플의 기존 개발 부서들은 AI팀과 협력하는 대신 각자 AI를 연구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의 경우 이미지 및 영상 인식 AI 개발을 위해 별도의 투자를 진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아난드레아의 AI팀이 시설 면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경쟁자들에 비해 AI 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관계자는 애플의 AI팀이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연구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2022년 공개된 챗GPT로 인해 바뀌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페데리기는 2022년 성탄절 휴가 당시 MS 산하 업체 깃허브가 오픈AI의 기술을 이용해 만든 AI 프로그래밍 도구인 깃허브 코파일럿을 써보고 완전히 매료되었으며, 지아난드레아와 함께 오픈AI의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이제 시장에서는 이달 10~14일 열리는 애플의 2024년 세계개발자회의(WWDC24)를 주목하고 있다. 이달 외신들은 애플이 이번 행사에서 새로운 운영체제 'iOS 18'을 공개할 예정이며 해당 체재에 생성형 AI 기능이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WSJ는 애플이 시리 개선에 외부 기술을 도입할 수도 있다며 오픈AI와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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