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매끈한 돌, 벽은 은은한 목재…그 품에서 즐기는 한강뷰와 커피 한 잔

2024. 6. 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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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의 핫 플레이스
사진 1
오래된 건물의 계단을 천천히 따라 오르면 눈앞에 시원한 한강의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안에 들어서면 순간 이동을 한 듯 외부의 낡은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고급스럽고 아늑한 느낌이 몸을 감싼다. ‘마하 한남’(사진1)은 이러한 반전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마하건축사사무소의 김동현 소장이 운영하는 카페 겸 사무실로, 오래전 목욕탕 건물이었던 곳을 그가 직접 개조해 ‘건축가의 서재’를 테마로 꾸몄다.

본래 4층 건물 전체가 목욕탕으로 지어진 전형적인 1980년대 건축물로, 높은 지대에 위치한 덕분에 탁 트인 한강의 모습은 물론 강변에 위치한 녹지와 건너편 강남의 도시 풍경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김 소장은 건물이 지닌 매력을 발견하고 그동안 자신이 찾아온 공간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재개발을 앞둔 지역인 데다 오랫동안 폐허처럼 방치되었던 탓에 건물주를 설득하는 과정에만 6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사진 2
마하 한남에 처음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강렬한 돌의 질감과 부드러운 나무 색이 만드는 상반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다. 김 소장은 이곳을 구성할 때 건축의 요소 중 특히 자연의 재료들에 주목했다. “요즘은 많은 공간들이 인스턴트화 되었잖아요. 이곳을 만들 때 무엇보다 오래 남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가급적 인간에 의해 2차 가공된 재료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재료, 오래된 재료, 태초의 재료들을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각 재료의 질감을 다르게 쓰는 방식을 통해 공간에 깊이를 주고자 했다. 예를 들어 바닥에 깔린 돌은 어둡고 진한 색이지만 매끈한 느낌이고, 벽난로 위쪽과 중앙을 채운 돌은 밝으면서도 특유의 거친 질감이 돋보인다. 여기에 은은하고 부드러운 목재가 벽과 천장을 연결하고 채워주니 입체적이면서도 밝은 분위기가 자연스레 공간에 맴돈다. 마하 한남을 찾는 손님들은 30대 초중반이 대부분인데, 독특하게도 한 번 방문한 손님이 자신의 부모님을 모시고 재방문하는 일이 꽤 많다고 한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자정까지 운영하고 있어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위스키와 하이볼을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모카포트에 내려주는 에스프레소(6500원)와 매장에서 매일 정성스럽게 구워내는 진한 맛의 번트 치즈케이크(8800원·사진2)다. “이곳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잠시나마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밖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의 안을 향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복잡한 도심에서 언제 찾아가도 좋을 친절한 서재이자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줄 곳이다.

글 이나리 출판기획자 사진 김태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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