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는 젊은 여성들 운동? 시니어들 균형 잡는 데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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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륙 20년…자세 교정·재활 돕는 필라테스
요즘 어딜 가나 ‘필라테스’라는 간판을 흔히 볼 수 있다. 필라테스는 독일인 요제프 필라테스(Joshep Pilates, 1883~1967)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수용소에서 수감자들에게 수용소 내 침대·스프링 등을 이용한 체조를 가르친 데서 유래했다. 자세 교정과 재활에 뛰어난 효과를 확인한 필라테스는 미국으로 건너가 무용·요가·명상 등을 이 운동법에 접목해 ‘조절학(Contrology)’이라 명명했고, 후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따 ‘필라테스’라고 불렀다.
20년전 현대백화점 강좌로 대중화 첫발
2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국내 필라테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현재 1236개의 필라테스 민간자격 조직(학원·교습소·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다. 필라테스는 체형 교정, 다이어트, 코어근육 강화, 부상 후 재활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고,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이 필라테스를 하는 장면이 TV와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급속 확산에 따른 역효과도 만만찮다. 관련 단체가 난립해 있고, 국가 공인이 아닌 사설 자격증이 남발되면서 강사의 질이 천차만별이다.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충분히 받지 못한 강사로부터 잘못된 동작을 배우면 오히려 몸이 망가질 수도 있다.
이에 국내 필라테스 단체들이 힘을 합쳐 통일된 규칙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처음으로 전국 단위 대회도 개최한다. 7월 13일 서울 국민대에서 열리는 ‘제1회 K-필라테스 콘테스트(주최 한국평생스포츠코칭협회)’는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과 한국필라테스연맹이 공동 주관하며 대한요가회, ㈜모션케어컴퍼니가 후원한다. 개인·듀엣·단체로 나눠 3~5분간 음악에 맞춰 참가자들이 창작한 필라테스 동작을 시연하고 예술성·정확도·기술성 등을 심사받는다.
윤숙향 대회장 “몸 뻣뻣한 남성에 도움”
서씨는 “필라테스는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안 쓰던 근육을 쓰게 해서 균형을 잡아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국내 필라테스 1세대인 윤숙향 국민대 교수로부터 주 3회 지도를 받고 있는 그는 “30분 레슨 받고 집에 가면 앓아누울 정도로 힘든데, 이상하게 온 몸을 구석구석 일으킨 느낌이 들어요. 다음날엔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서 또 가고 싶고, 그렇게 필라테스와 사랑에 빠졌답니다”라며 웃었다.
‘K-필라테스 콘테스트’ 대회장이기도 한 윤숙향 교수는 지인으로부터 서씨를 소개받았는데 알고 보니 동갑내기여서 금세 친구가 됐다고 한다. 윤 교수는 “정희씨는 타고난 운동 감각이 있어 동작을 쉽게 익히는데 오래 안 하려고 해요.(웃음) 다양한 기구를 이용해서 싫증나지 않게, 조금씩 단계를 올려 가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발레를 전공한 윤 교수는 “필라테스가 몸을 예쁘게 만들어 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반면에 어렵고 힘들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젊은 여성들이 하는 운동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필라테스는 오히려 몸이 뻣뻣한 남성이나 몸의 균형을 잃기 쉬운 시니어들에게 좋은 운동입니다”라고 말했다. 필라테스가 생전에 가장 강조한 게 ‘육체와 정신의 균형’이었고, 따라서 느리고 깊은 호흡을 중요시한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한 방울의 공기도 남아 있지 않게 빨래를 쥐어짜듯이 빼내라. 그래야 신선한 공기가 들어가서 우리 몸을 서큘레이션(순환)시켜 준다.” 필라테스가 남긴 말이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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