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전 개발까지 정치화, 추가 검증도 검토해볼 만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부레우 고문이 방한해 기자회견을 갖고 “(이미 시추공을 뚫어본) 기존 세 유정을 연구한 결과 유망 구조 7개를 도출했고, 여기에 35억~140억배럴에 해당하는 탐사 자원량을 추정하게 됐다”면서 “입증 방법은 시추뿐”이라고 했다. 그는 “(자원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인) 탄화수소를 찾아내지 못한 점은 부담”이라면서도 “탐사 성공 확률 20%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영일만 일대에 석유·가스가 최대 140억배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5000억원 이상 들어갈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산업부 장관은 “140억배럴의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2262조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액트지오가 지명도 낮은 소규모 업체라는 점, 동해를 16년간 탐사했던 호주 최대 석유 개발 기업이 작년 1월 “장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수했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십중팔구 실패할 사안”이라 했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시대착오적 산유국 코미디”라고 했다. 야당의 정치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 한국은 거의 모든 현안이 정치화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유전 개발도 정치화하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나 성공적 유전 개발은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도박 같은 사업이다. 세계 최고 유전 중 하나인 북해 유전은 시추가 무려 35회 연속 실패한 뒤에 마지막 한 번이 성공한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시작의 시작 단계에 있다. 이를 대통령이 나서서 발표한 것은 성급했으며 정치화를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자원 개발 문제만 나오면 비난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도를 넘은 정략이다. 민주당식이면 한국은 북해 유전 같은 자원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정치 논란 때문에 시추를 해보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문제는 정치화됐다. 국민 세금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만큼 정치적 논란을 줄여야 하며, 국민 이해를 더 구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더 큰 브랜드 파워와 탐사 성공 이력을 가진 기관의 검증을 한번 더 거치는 것이다.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오기를 부릴 이유가 없다. 추가 검증에도 시추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오면 민주당은 더 이상 이를 정략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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