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개와 당신의 이야기
김씨가 반려견 사랑이 유별나서 장례 절차를 치렀을까요. 일부에서 반려동물 부의금을 받는다고 논란이 되기도 했죠. 장례를 치르는 게 돈은 들지언정 당장은 나을 것 같습니다. 법과 마음을 모두 지킬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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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 시즌…안락사 뒤 폐기물 소각
한쪽선 가족처럼 장례 치러 ‘존엄사’
」
반려동물은 살아있을 땐 민법 제98조에 의해 ‘물건’에 속합니다. 사망 후엔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폐기물’ 또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되거나, 동물보호법에 의해 ‘화장 등 장례의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이 떠나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배출해야 하고, 동물병원에서 사망하면 의료폐기물로 처리돼 일괄 소각됩니다. 김씨처럼 등록된 장례업체의 절차에 따르기도 합니다. 자체적으로 묻어주는 건 현행법상 불법으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치른 ‘반려인능력시험’ 5번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5년 이내에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1000명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45.2%가 ‘매장이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불법 매장’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갑자기 김씨 같은 ‘개와 당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여름이기 때문입니다. 여름은 반려동물에게는 지옥입니다. 많은 반려동물이 유기동물로 신분이 바뀌는 때이니까요. 유기동물은 5월부터 9월까지 한해 49.1%가 발생합니다. 휴가철인 7월과 8월에는 정점을 찍습니다(동물자유연대). 개가 71%로 비중이 큽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휴가철 아닌 유기철’ ‘시즌이 왔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모(48)씨가 몇 해 전 여름 북한산에서 만난 말티즈는 깡말라 있었습니다. 유기견이었습니다. 혹시 탈이 날까 봐 김밥을 조금씩 떼어 먹였습니다. 말티즈는 이씨의 산행을 따라갔습니다. 안아주고 업어줄 수 없는 바위 구간에서 말티즈는 필사적으로 발톱을 긁으며 올랐습니다. 혹시 다시 버려지는 게 두려워, 괴력을 발휘했을까요.
하지만 이 말티즈처럼 북한산에서 탈출하지 못한 개들이 있습니다. 어떤 개들은 유기견이고, 어떤 개들은 유기견의 자손입니다. 흔히 말하는 ‘들개’입니다. 포획 또는 구조된 유기견에게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안락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기거나 의료폐기물로 소각되겠지요.
학대 금지, 유기 금지, 등록제 시행 등을 담은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16년이 지났습니다. 김씨의 말티즈처럼 반려견의 한 생애에 해당하는 기간입니다. 함께한 뒤 ‘존엄사’냐, 버려진 뒤 ‘안락사’냐. 반려동물에게는 생(生)뿐만 아니라 사(死)의 문제도 커졌습니다. 지자체마다 장례 절차를 지원하고, 불법까지 판치며 장묘업체가 성행하는 이유도 됩니다.
지난 4월 영국 웨스트 잉글랜드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반려인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서 같은 감정 반응을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려동물과 사별 후 겪는 ‘펫 로스 증후군’이나 ‘분리불안’은 이 때문입니다(반려인능력시험 9, 10번 문제).
그런데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보낼 수 있을까요.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장은 “법상으로는 생활폐기물로 버릴 수는 있지만, 많은 반려인이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살아있을 때 서로 사랑하는 ‘반려’의 위치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유기돼 안락사를 앞뒀다가 18년을 함께 한 ○○에게 마지막으로 속삭였답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김홍준 기획담당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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