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사적 제재

배현정 2024. 6. 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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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키워드
20년 전 밀양 성폭행 사건이 온라인에서 재점화됐다.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가 지난 1일부터 당시 가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잇따라 공개하면서다. 여론재판에 오른 가해자들은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일하던 가게마저 문을 닫았다.

사적 제재(私的制裁)다.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개인이나 집단이 응징하는 것이다. 영어론 린치(Lynch)라고도 하는데, 이는 미국 독립전쟁 중 법정이 정지됐을 때 비공식 법정을 열고 법 집행을 한 치안판사 찰스 린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원래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적 제재는 범죄다. 국가가 폭력을 독점한다. 헌법에도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암암리에 사적 제재가 벌어지고 때론 이에 열광하기도 한다. ‘가해자가 죗값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분노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밀양 사건은 남자 고등학생들이 1년 가까이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가해자 44명 중 10명만 기소됐고 그마저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처벌 수위와 국민 법 감정의 괴리가 클수록 사적 제재가 횡행할 우려는 커진다. 인터넷은 가깝고, 법은 멀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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