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 부족해서? 능력주의 맹신 비판
마이클 샌델·김선욱 지음
넷마루
이 책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철학을 쉽게 풀어낸 대중 철학서다. ‘샌델 전문가’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와 샌델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 소개된 샌델의 책은 대부분 김 교수의 손을 거쳤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의 하버드 명강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감수했고 『공동체주의와 공공성』을 번역했다.
신간에는 양극화, 탈세계화,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민주주의 위기 등 시대적 과제에 대한 샌델의 견해가 담겼다. 1부는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문화를 파헤친다. 샌델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은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경쟁적 사회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사회에서 승자는 성공을 자기 노력의 결과로만 여기고 패자는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오만해진 승자는 가난한 이들을 보며 ‘노오력’의 부족을 탓한다. 샌델이 말하는 ‘능력주의의 폭압’이다. “누군가가 높은 지위나 성공을 일궜다면 분명 그 과정에서 수많은 행운이 따랐으며 타고나면서 거저 주어진 것들의 덕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를 사는 독자들이 곱씹어봄 직하다.
2부에서 김선욱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의 원인을 분석하고, ‘샌델 바로 읽기’의 방향을 제시한다. 『정의론』을 쓴 존 롤스, 『전체주의의 기원』을 쓴 한나 아렌트의 철학과 샌델의 사상이 어떤 지점에서 비슷하거나 차이를 보이는지 풀이한 점이 흥미롭다. 샌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서양 철학사를 짚어내면서 헤겔과 칸트의 ‘자유’가 어떻게 다른지 풀이한 점도 눈길을 끈다.
마지막 3부에는 샌델과 김선욱의 대담이 실렸다. 두 교수는 현시대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민주주의 붕괴를 지적하며, 기술과 인문학을 발판 삼아 올바른 정치, 경제, 사회를 만들어갈 방법을 제시한다. ‘소비자로서의 나’가 아닌 ‘시민으로서의 나’를 지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결국 책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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