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자세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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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인천 연수구, 경북 경주시와 영천시, 광주 광산구 월곡동, 경기 포승읍.
인구 절벽과 노동력 부족으로 멈춘 지역 사회에서 고려인은 귀한 손님으로 기술되고 있다.
현재 고려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은 주로 일할 곳, 또는 직장과 이동이 쉬운 곳이다.
제천시의 고려인 이주정착 지원사업, 경북도의 지역특화형 비자사업 등의 예시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과 사회복지 차원에서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노력도 기사 곳곳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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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인천 연수구, 경북 경주시와 영천시, 광주 광산구 월곡동, 경기 포승읍. 이들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려인 마을이 형성된 곳이다. 사연 없는 이주가 어디 있겠으랴마는, 중앙아시아 재외동포의 사연은 각별하다.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간, 다시 말해 스스로 원해서 간 거주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우리는 그들을 고려인이라 부른다.
고려인(高麗人)은 구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부르는 말이다. 1870년경, 조선에서 발생한 대흉년에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가 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한 데서 기원한다. 여러 나라가 힘을 겨루던 역사적 혼돈 속에서 만주와 연해주에 터를 잡은 이들은 처음에는 '재러 조선인'이었다가, 중앙아시아로 간 이후에는 '한인계 소련인'이 됐다가, 소련 해체 후에는 살던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국적으로 각각 살고 있다.
고려인의 삶은 한국판 디아스포라(Diaspora)다. 비록 '흩어진 사람들'이지만 부모로부터 배운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했다. 현지화된 당근 김치 '마르코프차(Морковча)'를 만들어 내고, 현지 재료로 잔칫날 '국시'를 재현하고 있다. 돌과 혼인, 환갑잔치의 풍속을 지키며 '코료사람(Корё-сарам)'이라는 정체성 있는 말을 러시아인 사이에 남긴 이들이다.
최근 2, 3년간 신문 기사에는 고려인과 한국의 교류가 자주 등장한다. 인구 절벽과 노동력 부족으로 멈춘 지역 사회에서 고려인은 귀한 손님으로 기술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고려인을 찾아,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재외 거주 한민족 동포들을 기억하고 소통을 이어가는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길게 보면 150년, 짧다면 90년 된 일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이는 관심에 쑥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고려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은 주로 일할 곳, 또는 직장과 이동이 쉬운 곳이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으려는 이주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지역 선택에는 뿌리에 대한 정체성도 크게 작용한다. 애초에 영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던 이들의 상당수가 실제로 관련 지역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을 품으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구체적이다. 제천시의 고려인 이주정착 지원사업, 경북도의 지역특화형 비자사업 등의 예시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과 사회복지 차원에서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노력도 기사 곳곳에 보인다.
고려인이 이주의 땅으로 한국을 다시 선택하는 현상은 대한민국에 무척 고무적인 사실이다. 조국이 돌아오고 싶은 곳이 된 점도 참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고려인의 체류와 정착을 돕고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수용하려는 이 같은 노력에 이견이 있겠는가? 다만 이주는 삶의 터전과 관련된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잠시 다녀갈 연수나 관광과는 달리, 지속성을 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성공한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먼저 지역 특성화를 최대한 지원해야 할 일이다. 이와 함께 이제껏 고려인의 역사에 무심했던 기성세대가 그들을 알아가게 하는 데도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연합체, 바로 국가의 또 다른 정의가 아니겠는가?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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