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석유·가스 유망성 상당히 높다"
이날 아브레우 고문은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여러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답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동해 심해 지역에 부존돼 있을 가능성을 발표한 이후 신뢰도와 가능성을 놓고 ‘물음표’가 더해져 왔다.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아브레우 고문에 앞서 동해 심해탐사를 진행한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인 우드사이드에너지는 장래성이 없다고 보고 철수했다. 또 정부는 매장량이 최대 140억 배럴이라고 했지만, “액트지오의 탐사 심층 분석 결과”라는 답변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근거는 공개된 바가 없다. 20%의 성공 가능성도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다. 액트지오의 사무실이 개인 주택이라는 점을 근거로 믿을 수 있는 회사인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1. 호주 우드사이드에너지 철수=우드사이드에너지는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동해 8광구와 6-1광구에 대한 물리탐사를 진행했다. 해당 광구는 정부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크게 보는 위치다. 그러나 2022년 3월 우드사이드에너지는 철수 의향을 표시하고 지난해 1월 철수했다. 당시 이 회사는 반기보고서에서 “더는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브레우 고문과 석유공사는 분석의 근거가 된 자료 범위가 다르다는 설명을 내놨다. 우드사이드에너지 철수 이후 석유공사는 자체 대규모 3D 탐사를 진행했다. 이전 탐사 자료에 3D 탐사 자료까지 더해 액트지오가 추가 분석을 진행한 결과인 만큼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심해 지역에 대한 추가 시추 자료까지 더해졌다. 아브레우 고문은 “3개의 심해 시추공을 분석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했다”며 “각각의 시추공 실패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면 이 프로젝트의 리스크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위원은 “우드사이드는 대규모 3D 탐사를 해놓고 충분한 평가를 하기 전에 철수 의사를 밝혔다”며 “철수 이후 석유공사는 자체 3D 탐사를 추가로 진행해 분지 전체를 3D로 볼 수 있는 탐사 자료를 마련했고, 2021년 단독으로 시추까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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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업체가 분석? 이 산업의 표준”…“리스크 존재” 여러 차례 언급도
2. 20% 성공 가능성의 의미=실제 석유·가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선 시추가 필수적이다. 1구를 시추하는데 1000억원(시추공 1개)의 비용이 든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밝힌 20%의 가능성이 사실인지, 돈을 쓸 만한 일인지에 대해 일각에선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20%를 어떻게 추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브레우 고문은 “성공률은 20%가 맞다.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며 “엑손모빌 재직 중 참여했던 가이아나 리자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16%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해 심해는) 이와 비슷한 유형의 트랩과 제반 요인을 갖추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이아나의 발견 자원량은 110억 배럴 규모다.
그러면서 “20%의 성공률은 5개 유망구조를 도출해서 시추한다면 1개의 구조에선 석유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저희는 7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했고, 앞으로 유망구조를 더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망구조는 석유·가스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지층 구조다.
조심스러운 반응도 내비쳤다. 아브레우 고문은 1시간 2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또 “20%의 성공 가능성은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유망구조의 존재와 가능성이 있는 여러 요소를 판별하긴 했지만 시추를 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을 모두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이제 남은 마지막 방법이 시추”라고 밝혔다.
3. 탐사자원량 최대 140억 배럴 근거=정부와 석유공사, 아브레우 고문 등에 따르면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해저 지형에 모래(저류층)와 석유 위를 덮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진흙(덮개암)이 있어야 한다. 바닥 지형을 받쳐주는 기반암과 돔 형태로 석유 유출을 막는 트랩의 존재도 석유 매장을 암시하는 요소다. 아브레우 고문은 “이전에 시추한 3개의 유정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4개의 요인(저류층·덮개암·기반암·트랩)이 있음을 확인했고 입증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정 매장량을 판단할 때 암석 품질을 따지는데 이에 대해서도 고려했다. 기반암이 얼마나 튼튼하고 강력한지, 얼마만큼의 탄화수소가 트랩 되어 있을 수 있는지 고려해 추정 매장량을 판단한 것”이라며 “최대 규모 140억 배럴은 암석 내에 추정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 있을 때다. 누적 탄화수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이미 기존 시추공(3구)을 통해 석유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러 지질학적 요인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된 상황”이라며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에 아브레우 고문과 액트지오의 발표 내용에 대해 검토한 결과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4. 액트지오의 신뢰도=아브레우 고문과 그가 설립한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도 있다. 회사 주소가 미국 휴스턴의 가정집으로 돼 있는 데다 임직원 수가 10여 명에 불과해 분석 관련 업무가 가능한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아브레우 고문은 액트지오의 주소는 자신의 자택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업무에 필요한 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밖에 없다. 현재 14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우리 팀은 뉴질랜드(지구물리학 전문), 브라질(지진파 전문), 멕시코(지구화학 전문)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며 “소규모 업체가 주요 프로젝트의 분석을 담당하는 건 이 산업의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이아나 프로젝트 당시 유망구조 도출을 위해 지구물리학 업무를 수행한 건 단 1명”이라고 덧붙였다.
곽원준 수석위원은 “2023년 심해 종합평가를 위해 4개의 업체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했고, 기술과 가격평가 결과에 따라 액트지오를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 20분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석유와 가스의 매장이 확실한지, 경제성이 충분한지에 대해선 명확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브레우 고문이 10여 차례에 걸쳐 리스크를 언급한 만큼 바닥을 뚫어보는 시추를 하기 전까진 확실하지 않아서다. 리스크를 말하면서 아브레우 고문은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탄화수소의 혼합물이 석유다. 석유를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는 의미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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