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는 건 ‘선택’ 일까
이후남 2024. 6. 8. 00:01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북다
한국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어도 미국 역시 합계출산율이 낮다. 이 책에 따르면 입양도 줄어 미국의 무자녀 비율은 사상 최고치라고 한다. 여성들이, 혹은 젊은 부부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미국의 역사학자인 지은이는 자녀 없는 여성이 역사적으로 결코 드물지 않았다는 것부터 지적한다. 이런 여성을 부족하거나 불쌍하게, 혹은 이기적이거나 직업적·경제적 안정만 우선하는 양 보는 것을 모두 비판한다. 지금 시대에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지은이는 ‘선택’ 아니라 ‘지속적 지연’으로 설명한다. 경제 침체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근근이 버텨온 자신 같은 세대에게 커리어를 우선하는 것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전한다.
이 책은 임신중지와 피임, 가족제도와 일자리의 변화는 물론 시험관 시술과 난자 냉동 등 다양한 역사와 그 사회적 맥락을 짚는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흔히 철 지난 얘기로 치부되지만, 오늘날 기후위기 등을 걱정하며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전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특히 대가족과 친족을 통해 양육 부담이 분산된 과거를 현재의 핵가족과 대비시킨다. 주로 미국 얘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미국 얘기로만 들릴 리 없는 주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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