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유치해"…與 내부에서도 싸늘한 '김정숙 특별법'

신진환 2024. 6.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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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본청 사무실 배정 항의
'임시 의장' 맡은 추미애, 노련한 본회의 진행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8년 11월 5일(현지시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하는 모습. 2002년 이희호 여사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영부인의 단독 순방이었다. /더팩트 DB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당내 '김정숙 특검법' 냉담 반응...왜?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이 김정숙 특검법을 발의했다지.

-맞아. 지난 3일 윤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인도 타지마할 방문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어. 그간 여권에서 김정숙 여사 의혹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인사들은 많았지만, 공식적으로 특검법을 발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장 '김건희 여사 방탄용' 특검이라는 비판이 나왔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맞불 성격의 공세에 불과하다는 거지.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특검을 꺼낸다는 자체가 국민의힘 스스로 검찰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고 하더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상현 의원이 발의한 김정숙 특검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사진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앞줄 왼쪽)와 정점식 정책위의장(앞줄 오른쪽) 등 원내 지도부. /남윤호 기자

-윤 의원의 김정숙 특검법 발의를 두고 당 일각에선 당권주자 입지를 넓히려는 차원으로 보는 시선이 있더라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맞수 성격이 강한 만큼, 야권의 아킬레스건인 김정숙 여사를 고리로 대야 투쟁 선봉에 서겠다는 분석도 있어.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자꾸 김건희 여사를 건드리니, 민주당에도 우리가 특검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하더라고. 당권주자들의 견제도 이어지고 있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본적으로 항상 수사를 먼저 지켜보고 미진한 게 있다면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정숙 특검법을 두고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면서.

-맞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특검 카드를 꺼낼 때마다 '정쟁용'이라고 비판해 왔잖아. 지금까지 특검을 반대했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아전인수' 격이 된 거지. 22대 국회 시작부터 여야 모두 특검법 카드를 꺼내면서 민생과 멀어졌다는 비판도 나와.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여당은 싸우는 야당과 달리 민생을 먼저 챙겨야 하는 이미지를 가져가야 하는데 당권주자로서 윤 의원의 행보는 아쉽다"고 하더라고.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솔직히 유치한 행보"라고 악평하더라.

조국혁신당은 이주 내내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진행했다. 사진은 조국 대표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사무실 입주 거부…'로텐더홀 시위' 이어가는 조국혁신당

-조국혁신당이 이번 주 내내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를 로텐더홀에서 열었지?

-응. 혁신당이 국회사무처의 사무실 배정에 항의해 입주를 거부하고 있어서야. 사무처는 국회 본관 2층 219호, 223호, 224호를 혁신당 사무실로 배정했어. 혁신당은 원내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사무실이 분리 배치됐고 공간도 의석수에 비례했을 때 부족한 점을 들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3석 정당인 개혁신당·진보당이 배정받은 공간과 비교해 보면 의석수는 4배인데, 사무공간은 2.5배 정도 차이밖에 안 난다는 거지. 혁신당은 재배정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로텐더홀 회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야.

-사무처에 따르면 공간 배정은 '교섭단체 사무실 및 비교섭단체 사무실 배정면적기준'에 근거한 거야. 본관의 경우 소속 의원 수가 10인 이상 20인 미만인 정당은 99제곱미터(약 30평), 3인 이상 10인 미만인 경우 66제곱미터(20평)로 규정돼 있어. 교섭단체는 의석수와 상관없이 198제곱미터(60평)야. 사무처는 이 규정 자체가 사실상 소수정당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란 입장이야. 그리고 20대 국회에서도 국민의당이 서로 떨어진 방을 사용한 사례가 있었다고 해.

국회사무처가 배정한 본청 2층 공간. 왼쪽 상단 '조국혁신당'으로 표시된 곳이 219호, 그 오른쪽이 특별위원회 5회의장인 220호. /조국혁신당 제공

-혁신당이 사무처에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데.

​-<더팩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혁신당은 220호인 특별위원회 제5회의장을 다른 곳으로 이동해 2층에 소수정당을 위한 공간을 더 확보하는 안, 비슷한 방식으로 3층에 추가 공간을 확보해 '붙여서 배정해달라'는 안 등을 제시하고 있어. 2, 3층은 정당 회의나 사무공간 등 상시로 쓰이는 공간 우선으로 배치하는 게 더 적합하단 논리지. 220호엔 영상 장비 등이 있어 옮기는 데 돈이 많이 든대. 그렇지만 혁신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지속되면 비교섭단체 정당이 계속 나타나 같은 문제가 발생할 만큼 지금이라도 공간 확보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어.

-혁신당도 사무처도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합의점을 찾고 있는 거야?

-사실 혁신당이 시위를 이어가는 건 반드시 공간 문제뿐만은 아니야. 혁신당은 국회 내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비교섭단체는 교섭단체에 비해 정당 국고보조금이 적게 배분되기에 외부에 사무공간을 얻을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들고 있거든. 원내 20석 이상인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주장을 공론화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야. 그만큼 거대여야의 '양보'로 해결되긴 쉽지 않은 일이지.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7일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에게 "아직 별 진전이 없는 것 같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이 선출됐으니 면담을 통해 요구를 전달하고, 원내3당 지위에 맡는 공간 배정에 협조 요청을 드릴 것"이라고 전했어. 공간 문제는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 결단에 달렸다고 하니 빨리 정리가 됐으면 좋겠네.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왼쪽)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에서 의장 당선 후 임시 진행을 맡은 추미애 의원과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임시 의장'된 추미애…박성준 90도 폴더 인사

-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이 '반쪽'에 그쳤어. 지난 5일 열렸던 첫 본회의에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에,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 이학영 의원이 각각 선출됐어. 자당 몫 부의장을 뽑지 않은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가 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의사일정이라며 표결을 보이콧했어.

-여야의 원 구성 협상 불발에 첫 본회의부터 삐걱거렸네. 이날 본회의에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의장석에서 의사봉을 잡았다지?

-맞아. 흰색 상·하의를 입은 추 의원은 국회의장을 선출하기 전 본회의를 진행했어. '출석의원 중 최다선 의원이, 최다선 의원이 2명 이상인 경우에는 그중 연장자가 의장의 직무를 대행한다'는 국회법에 따른 것이야. 1958년생인 추 의원은 6선 가운데 최연장자야. 추 의원은 오랜 의정활동을 해왔잖아. 그래서인지 차분하게 본회의를 잘 진행하더라고. 정말 노련해 보였어.

지난 5일 열린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시 의장은 추미애 민주당 의원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 /국회방송 갈무리

-재밌는 장면이 연출됐어. 연단에 오른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곧장 자리로 돌아가더라고. 추 의원은 계속 서서 박 의원을 바라봤어. 발언자가 연단에 오르기 전과 내려왔을 때 의장에게 인사하며 예를 갖추거든. 주변에 있는 동료 의원들이 "인사"라고 알려주자 박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추 의원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어. 이를 본 추 의원은 활짝 웃었어.

-추 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우 의장에게 졌어. 당시 대반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 강성 당원들이 탈당하는 등 후폭풍도 거셌고 말이야. 그러자 추 의원은 "세상 살아보니 성질대로 다 안 되더라"라면서 탈당을 만류하기도 했어. 추 의원이 임시로 의장석에 앉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궁금하네. 그의 뇌리에 후반기 국회의장에 대한 생각이 스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봐(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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