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57] 그들을 응원하는 이유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만년 하위팀. 이 수식어에 가장 어울리는 야구팀은 어디일까.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류현진 선수가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에 복귀한다는 기사를 봤을 때, 나는 그가 수비를 믿고 던진다는 후배 투수에게 한 충고를 떠올렸다. 충격의 18연패를 부른 한화의 허약한 수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류현진의 멘털을 단련시켰다고 믿는 사람들, 이제 보살이란 애칭까지 붙은 한화 팬들은 오랜 시간 ‘우승 아닌 일승, 승리 아닌 득점, 안타 아닌 출루’에도 기뻐하며 연패에도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며 응원하는 내공을 보여 왔다. 다른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조차 연패를 안타까워하는 팀으로 말이다.
영화 ‘머니볼’에는 제러미 브라운이라는 야구 선수가 나온다. 그는 마이너리그팀 포수로 거구에 뚱뚱한 몸 때문에 뛰기를 겁내는 선수다. 그러던 어느 날 강속구를 받아쳐 중앙으로 날린 그는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한다. 전력을 다해 1루로 뛴 것이다. 하지만 뒤뚱대며 뛰던 그는 가속도를 못 이겨 1루 앞에서 세상 우스꽝스럽게 엎어지고 만다. 관객들이 박장대소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멸감에도 그는 태그아웃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쳐들고, 손을 내밀며 당황하는 1루수의 표정을 확인한다.
브라운 선수는 자기가 친 공이 펜스를 넘어갔다는 사실을 몰랐다. 홈런이었다. 인간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인간은 넘어지면서 배울 수 있고, 기쁜데도 울 수 있다. 지는 데 익숙한 팀을 이토록 오래 사랑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땅볼을 치고도 전력 질주로 은퇴 경기를 마감한 양준혁 선수처럼 야구의 감동이 승리로만 오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친 게 홈런인 줄도 모르고 전력 질주하다가 엎어진 한 선수의 모습에서 내가 왜 야구를 사랑하는지 느낀 순간처럼, 류현진 선수의 복귀를 보며 내가 소망했던 것도 그런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대사를 그들에게 보낸다.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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