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39] 칠로에섬의 수상 가옥
칠레 남단, 파타고니아 초입에 있는 칠로에(Chiloe)섬은 많은 전설을 간직한 신비의 장소다. 이 섬의 수도 격인 카스트로(Castro)는 1567년 스페인 이주민들이 살기 시작, 칠레에서 셋째로 오래된 정착 마을로 기록되어 있다. 마을의 동쪽 피오르 해안을 따라 고요한 물가에 ‘팔라피토스(Palafitos)’라고 하는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들이 보인다. 말뚝처럼 박힌 두툼한 나무 기둥에 받쳐져, 물에서는 떠있는 구조의 수상 가옥들이다. 1960년대 전까지는 섬의 다른 지역에도 골고루 있었으나, 대부분 지진과 화재로 소실되고 이 해안 집들만 오늘날까지 그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이 가옥들은 어업이 발달하던 19세기 어부들의 실용적 목적에 따라 지어졌다. 고기잡이에서 돌아오면 배를 정박하고 사다리나 계단을 통해서 집으로 바로 올라올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내륙 쪽인 집의 뒤편은 도로부터 목재 다리로 연결되어 진입하는 입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사이프러스 등 인근에서 자라는 나무로 구조를 짜 만든 건축 양식은 간결하다. 특이한 점은 집마다 다르게 칠한 색이다. 개성을 표현하고, 배를 타고 돌아올 때 먼 데서부터 내 집을 식별하기도 쉽다.
현재 몇몇 가옥은 호텔이나 레스토랑, 갤러리로 바뀌어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다. 그 안에서 보이는 다도해는 어부들에게 늘 아늑하고 평온한 풍경이자 휴식의 보금자리다. 물이 빠진 썰물 때 집마다 배가 자갈밭 위에 정박해 있는 모습 또한 우편엽서 그 자체다. 이 풍경을 감상하려면 건너편에서 보거나 보트를 타고 해안가로 나가면 된다. 바다 물결에 반사되어 출렁이는 총천연색 집들의 이미지는 말문을 막히게 한다. 수상 가옥에 중요한 수질도 좋아서 물고기들이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자연환경을 지혜롭게 이용하여 기능과 결합하고, 또 미적으로도 완성된 토속 건축의 비범한 예다.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그랬듯 주민들이 집에서 바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헤엄치며 노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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