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직 전설 아닙니다.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손흥민 팬들에게 요청, 도대체 왜?
[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손흥민은 아직 자신이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영국 풋볼 런던은 5일(한국시각) '손흥민은 클럽에 우승컵을 가져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토트넘의 전설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9년을 되돌아보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성취를 얻었고, 행복한 추억을 쌓았지만 아직까지 무언가를 해내기 전까지는 전설로 불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2015~2016시즌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후 팀의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토트넘에서만 어느덧 408경기를 뛰면서 162골을 넣었다. 1882년 창단한 토트넘 구단 역사상 이제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해리 케인(280골), 지미 그리브스(266골), 보비 스미스(208골), 마틴 치버스(174골) 밖에 없다. 다음 시즌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자 4위까지는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토트넘 역사상 첫 비유럽인 주장으로서 성공적으로 팀을 이끄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만큼 토트넘을 위해서 헌신한 선수가 최근 들어 거의 없을 정도로 토트넘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마저 대단하다. 토트넘을 넘어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는데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아직 스스로 전설적인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 놀라운 클럽에서 시간을 보낸 지 거의 10년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놀라운 여정이었다. 저와 함께 뛰었던 선수들과 함께 일했던 감독들이 너무 도움이 됐다. 나를 사랑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추억과 존경심을 갖게 됐다"며 토트넘에서의 10년차 생활을 돌아보면서 함께 경기장에서 싸웠던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신이 전설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바로 트로피다.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무려 16년 동안 토트넘은 무관에 시달리고 있다. 토트넘이 매년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의 팀으로 평가받지는 않지만 무관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팬들도 지쳐가고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손흥민 옆에서 평생 토트넘을 위해서 뛸 것처럼 보였던 해리 케인마저도 트로피에 대한 갈증에 목이 말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손흥민도 우승에 대한 갈증을 누구보다도 느끼고 있겠지만 아직까지도 토트넘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손흥민은 "저는 여전히 일이 이루어지길 원하고 있다. 내가 이 클럽에서 전설이 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제 몫이 아니다. 저는 이 팀에서 우승을 해내고 싶기 때문에 제 자신을 전설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헌신하는 이유다"며 우승을 위해서 토트넘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우승을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나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토트넘과 함께 우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며 토트넘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한 손흥민의 신뢰는 거의 종교처럼 단단했다.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마치 어렸을 때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할 때 느끼는 즐거움을 경기장에 불어 넣었다.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즐겨야 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항상 올바른 메시지와 교훈을 전달하려는 이유기도 하다"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보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오기 전까지 토트넘의 내부적인 분위기는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 조세 무리뉴 감독 시절부터 선수와 감독 사이의 관계는 악화됐다. 누누 산투 감독은 선수단에 전혀 신뢰를 받지 못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도 끝내 선수단이 분열될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다행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를 빠르게 하나로 뭉치도록 만들었다. 모두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의 성공을 손흥민처럼 확신하고 있다. 주장으로서 토트넘을 좋아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에게 고마워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매우 가족 중심적이며 그 분위기를 팀에 가져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 전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는 매우 고무적이다. 나는 정말 감동받았고 감독님과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동료들도, 팀 관계자들도, 팬들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믿어주길 원했다. "흥미진진한 축구를 플레이하는 것은 모두 훌륭하고 좋은 일이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믿어야 한다. 아예 몰입해야 한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헌신하고 성공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하나로 뭉쳐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제가 이 놀라운 클럽을 떠날 때가 되면, 모두가 저를 전설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이는 엄청난 영광이자 감사할 일이 될 것이다"며 팬들에게 마지막 순간에는 팬들에게 전설이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지금 당장 손흥민이 은퇴해도 토트넘 팬들 그리고 한국 팬들은 손흥민을 향해 전설이라고 칭송할 것이다. 팀 커리어적으로 봤을 때 손흥민한테는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아인 최초의 EPL 득점왕, 아시아인 역대 최고 발롱도르 순위, 한국인 최초의 푸스카스상 수상 등 수많은 기억과 추억들이 손흥민을 이미 전설로 만들었다. 전설로 불려야 마땅하고, 그럴 자격이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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