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Z세대에 내민 ‘탕후루’는 어떤 모습일까 [이동수는 이동중]
이동수 2024. 6. 7. 21:03
LG전자 체험형 공간 ‘그라운드220’ 가보니
미래 고객 사로잡을 비장의 무기
쉼 필요한 청년에 루틴으로 구애
이질적 공간 연출로 힙스터 겨냥
LG 기기는 거들 뿐…주인공은 ‘너’
글·사진=이동수 기자 ds@segye.com
미래 고객 사로잡을 비장의 무기
쉼 필요한 청년에 루틴으로 구애
이질적 공간 연출로 힙스터 겨냥
LG 기기는 거들 뿐…주인공은 ‘너’
60대가 요즘의 10대, 20대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어떡해야 할까.
올해 66세를 맞은 LG전자의 고민이다. 1958년 금성사(LG전자 전신) 설립 이후 쌓아온 ‘가전 명가’의 명성이 부모에서 자녀 세대로 구전(口傳)되면서 ‘헤리티지(유산) 브랜드’로 거듭났지만, 입소문보단 실제 경험을 중요시하는 ‘영 제너레이션’을 사로잡으려면 이걸론 부족하다. 1020 세대와 심적 거리를 단숨에 좁힐, ‘탕후루’같은 한 방이 필요하다.
LG전자의 이같은 고민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마련한 경험 공간 ‘그라운드220’의 탄생 배경이 됐다. 지난달 24일 그라운드220을 직접 찾아 LG전자의 ‘소통법’을 탐구했다.
그라운드220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청년하면 흔히 떠올리는 성장, 영감 등 다양하지만 가장 핵심 키워드는 ‘충전’이다. LG전자는 불안정한 세상을 이겨내고 있는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쉼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공간 이름도 삶의 단단한 터전이 된다는 의미의 ‘그라운드’와 가전제품의 연결고리 220볼트의 ‘220’을 조합했다.
그라운드220은 건물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생동감 있는 색과 패턴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린다 바리츠키의 아트웍으로 건물 전체를 꾸몄다. 주변 공장 지대에서 홀로 덩그러니 세상 ‘힙(Hip)함’을 뽐내는 건물을 보고있자면 여기가 LG전자의 공간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이질감은 내부에서 극대화된다.
1층은 LG전자 가전을 전시해놓은 일반적인 베스트샵 모습이고, 그라운드220이 시작되는 2층부턴 ‘별천지’다.
입구엔 사이키델릭한 조명과 LG의 생성 인공지능(AI) ‘엑사원’으로 만들어낸 각종 패턴이 얽혀 레트로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묘한 공간을 연출했다.
매장 안쪽엔 너른 인조잔디밭과 빈백들이 놓인 캠핑장이 마련돼 ‘자연주의’를 느낄 수 있다. 매장 테라스와 잔디밭을 가로지른 폴딩도어를 걷어내면 자연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라운드220에선 한창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크리에이티브 위크’가 진행 중이었다. 여기선 AI를 활용해 DJ, 뮤지션,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작가가 될 수 있다. 대중에 잘 알려진 챗GPT부터 문구 하나로 작곡을 해주는 ‘믹스오디오’ 등 다양한 기존 AI 프로그램을 LG전자의 AI PC, 이동식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 등을 사용해 경험해볼 수 있다. LG전자 가전은 거들뿐, 주연은 Z세대의 AI 체험인 것이다.
LG전자는 이를 ‘루틴’이라 불렀다. 러닝, 캠핑 등 매일같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투자하는 반복적인 행동. 팍팍한 세상,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거라곤 점심 메뉴밖에 없는 일상 속에서 Z세대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이다. 바깥 세상과 단절된 ‘이질적인’ 그라운드220에서 머릿속을 비워낼 수 있는, 공간 핵심 키워드인 ‘충전’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회원 가입 후 안내 데스크에서 체크인만 하면 어떤 제품이든 대여해 원하는 장소에서 편한 자세로 경험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한 자리에서만 제품을 만져볼 수 있게 하거나, 가격과 스펙 위주의 제품 설명이 비치된 일반적인 매장·체험존에서 진화된 경험을 선보이겠다는 의도다.
루틴을 경험하는 동안 ‘AI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느꼈다.
그라운드220에서 연재 코너명 ‘이동수는 이동중’을 주제로 음악도 만들고 맞춤형 이미지도 생성했다. 모든 루틴은 무료이고, 루틴을 수행해 포인트가 쌓이면 나만의 티셔츠나 에코백을 직접 만들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개점한 그라운드220은 ‘양평 힙플레이스’로 점차 이름을 알리고 있다. Z세대뿐 아니라 근처에 거주하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도 증가 추세다. 주말이 되면 방문객이 600명 이상 몰릴 때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대화를 나누고 서로 집에 놀러가면서 친밀감을 쌓는 것”이라며 “모든 고객이 부담없이 방문해 LG전자에 대한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라운드220”이라고 말했다.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
글·사진=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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