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상을 함께 보았네 [신좌섭 시인 사십구재에 부쳐]

이민우 기자 2024. 6. 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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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가, 의사 그리고 시인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하기 위해
아버지 신동엽 시인에 이어
자신의 삶 내던졌던 신좌섭 시인
맹문재 시인이 부치는 49재 추모시
맹문재 시인이 신좌섭 시인의 49재 추모시를 발표했다.[사진=펙셀]

신좌섭 시인 - 사십구재에 부쳐

맹문재(시인)

신동엽이
금강 곰나루의 동학 농민들과
삼일 만세 민중들의 아우성을 떠올리며
사월 혁명에 나선 시민들의 손을 잡고 바라본

우리의 하늘

우리의 세상

영원한 사랑

신좌섭은
수유리 봉제공장의 노동자 야학에서
성남의 노동 현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글을 쓰면서

그 하늘을 보았네

오월 항쟁과
유월 항쟁과
촛불 혁명에 나선 시민들의 손을 잡고

그 세상을 보았네

이타적 유전자를 옮기면서
의사의 길을 노동자처럼 걸어가면서
빛나는 시인 정신으로

우리의 사랑을 보았네

맹문재 시인이 추모시를 발표했다. 별세한 신좌섭 시인을 기리기 위한 시다. 시인은 신좌섭 시인의 49재를 맞아 추모 시에 그의 삶과 업적을 담았다.

신좌섭 시인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껍데기는 가라'로 잘 알려진 신동엽 시인의 아들이다. 그는 1978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해 한평생 의학교육인으로 살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 교수를 지냈고, 갈등 화해와 집단 의사결정을 촉진하는 국제 공인 퍼실리테이터이자 개발 협력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동시에 그는 문학인이기도 했다. 신좌섭 시인은 2017년 58세의 나이에 첫 시집 「네 이름을 지운다」를 출간했다. 그의 19살 아들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문학으로 치유의 길을 찾은 결과였다. 이외에도 저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역서 「이타적 유전자」와 「의학의 역사」 등 다양한 저작을 남겼다. 2024년 4월 30일, 그는 향년 65세로 타계했다.

[사진=연합뉴스]

맹문재 시인과 신좌섭 시인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푸른사상」을 통해 신동엽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이 대담에서 신좌섭 시인은 아버지 신동엽 시인의 삶과 작품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사상을 이야기했다. 신동엽 시인이 문학으로 사회와 사투했듯 신좌섭 시인 역시 자신의 삶을 던져 사회운동을 했다.

신좌섭 시인은 시집 간행과 대담집 준비에 기울인 관심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맹문재 시인은 "늘 인자하고 자상한 표정으로 대해주셨다"고 신좌섭 시인과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이번 시는 신좌섭 시인의 삶이 함축적으로 압축돼 있다. 49재를 맞이해 시 한편으로 담긴 신좌섭 시인을 만나보자.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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