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자”는 대통령의 말

이승준 기자 2024. 6. 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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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개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그런 당이 되고, 저도 여러분과 한 몸으로 뼈가 빠지게 뛰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워크숍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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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의 질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제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개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그런 당이 되고, 저도 여러분과 한 몸으로 뼈가 빠지게 뛰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워크숍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22대 국회를 앞둔 의원들에게 한 ‘덕담’이겠지만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고’라는 표현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총선 참패 이후 국정 쇄신을 다짐한 뒤 두달 가까이 지난 지금 윤 대통령의 속마음이 무의식중에 드러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건’이라 했을 때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여럿이다.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논란,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명품 가방 수수 의혹,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 ‘875원 대파’ 논란 등 모두 지난 총선에서 여당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일들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새 출발이니까 ‘잘해보자’는 인사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다.

그러나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자’는 말은 총선 이후 달라진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달라지지 않은 윤 대통령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단독 회담을 하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했다. 소통을 하려고는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으니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젊은 장병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채 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된 당일 윤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세차례 통화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는 등 수사 외압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가혹행위로 숨진 훈련병 영결식 날에 열린 국민의힘 워크숍에서 윤 대통령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지난 3일엔 차분한 검증이 필요한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자신이나 가족을 향한 논란엔 침묵으로 버티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즉흥적인 지시나 발표로 여론을 악화시켰던 총선 이전의 행보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된 우원식 새 국회의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해치는 재의요구권 행사는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헌법을 이탈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상습적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우 의장은 상임위 배정 등 22대 국회 원 구성도 서두르고 있다. 다음주면 여당이 버티더라도 범야권이 원 구성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했고 민주당을 포함한 7개 야당은 공조를 약속했다.

국민은 논란 자체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이나 정부나 정치인이 그 논란을 다루는 태도를 중요하게 본다. 얼마나 솔직하고 겸허하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22대 국회의 입법권에 윤 대통령은 여전히 거부권으로 맞설 것인가. 총선 민의를 잊는다면 가능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승준 정치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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