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수용 거스를 수 없는 한국, '이민국가'로 이행 준비해야 할 때
퓨처디자인 2040
한국과 일본은 이민 국가로의 전환을 위해 이민정책을 국가의 상황에 맞추어 설계하고 있다. 2040년 일본의 고령자수가 정점에 이를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단체연합회는 '퓨쳐 디자인 2040' (Future Design 2040) 이라는 중장기 비전 제안을 통해 2040년 다가올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 도쿠라 회장은 이러한 2040 퓨쳐 디자인의 구상 중 한 가지로 외국인노동자가 활약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제안했는데 이는 일본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보는 것은 빈 일자리에 일할 사람을 불러오는 작업이다.
2019년 일본의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의 심포지엄에서는 일본의 외국인 노동력 정책을 포함한 이민정책의 방향성 정립을 위한 진단적 연구가 연이어 발표됐다. 이 연구소의 고레가와(是川) 연구원은 일본은 그간 이민정책에 대한 구상이 타 국가들에 비해 매우 더디게 진행된 것이 사실이나,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지적했다.
2023년 말 외국인 인구는 340만 명 가량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약 2.8배 증가한 수치다(인구동태조사, 2023). 특히 이민자의 70% 이상이 노동력을 중심으로 한 국제이주며,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국제이주자들의 체류기간이 장기화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제는 오랜 기간 일해 줄 외국인 근로자 필요
일본의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는 지난달 30일 2021년부터 OECD와 공동으로 진행한 외국인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등의 고도인재의 체류자격으로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중 40%가 5년 후에도 일본에 체류하고 있었다.
이는 네덜란드가 35%, 독일이 25%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과거 외국인 근로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였으나, 이제는 생활기반을 잡고 장기간 일손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고도인재 중 특히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관련 외국인 근로자는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취업한 유학 배경의 이주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일본의 이민정책이 유학생을 그 중심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며, 대학교 재학 시절을 포함해 약 10년 정도의 체류자격을 줌으로써 사회의 필수인력 부문을 이들로 채우고자 하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유학생 정책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2년 당시 목표로 했던 30만 명을 한 해 먼저 달성하게 되어2019년 5월 기준 31만 명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 각국으로부터의 유학생이 크게 증가, 출신국이 다양화됐고 특히 최근에는 일본과 1인당 GDP 격차가 큰 네팔과 인도네시아로 부터의 유학생 증가가 눈에 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학생의 정착이다.
일본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졸업·수료자 중 국내 취업자 수는, 9000명에서 2만 3000명으로 약 2.7배나 증가했으며 국내 취직자의 비율도 약 27%에서 37%로 상승해 고도인재의 국내 정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일본의 유학생 정착은 이민정책으로 연결되어 과거 단순히 유학생 유치를 늘리는 정책에서, 이들의 일본 내 취업을 통한 국내 정착 촉진유도와 일본어 교육으로 정책 내용이 전환되고 있다.
이제 일본은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률을 현재의 37%에서 5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각 대학이 유학생에 대한 일본어 교육, 중장기 인턴십, 커리어 교육 등을 포함한 특별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인턴십 실시 등과 같은 특별 프로그램 수료자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소관 부처의 관여 하에 체류자격 변경 절차 시에 필요한 제출서류의 간소화, 심사의 신속화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외국인 신규졸업생의 취업과 정착
한국도 유학 재학시절 한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졸업 후 한국 사회에서 일해 줄 수 있는 준비된 외국인 근로자를 사회의 필수영역에서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처한 환경은 일본과는 매우 다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신규졸업생의 노동시장에 있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상이한 신규졸업생의 고용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의 노동력 감소로 인한 신규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매우 높은데 대학교 4학년은 3월 정도에는 대부분 기업에 내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4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전년도 11월 정도에 구직활동을 시작하여 약 6개월에서 길면 8개월 가량 구직활동을 하고 내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일본의 고유한 신규졸업생의 취업 관행으로 인해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 취업하는 것은 외국인에게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의 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반대로 취업이 빨리 결정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으로 4학년 졸업 이후 바로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고도인재 자녀의 교육환경 정비를 위한 국제학교 신설
이민정책과 연계하여 교육환경도 변하고 있다. 국내 또는 해외 고도인재의 일본 정착을 촉진하기 위한 외국인 자녀의 교육 환경과 생활 환경 개선이 급속하게 진행 중 이다. 구체적으로는 국제학교의 유치 등을 진행 시키는 동시에, 국내의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수용 및 교육 환경의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일본 지방에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보딩스쿨이 개교하면서 명문학교 진학을 목표로 한 고도인재 교육이주도 한층 수월해졌다. 한 예로 일본의 고도인재 자녀 및 일본인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국제 바칼로레아 (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인정교를 207개교까지 넓혀 나가고 있다.
영주권자 늘리기와 영주권 박탈하기
일본의 이러한 이민정책은 영주권 부여의 급속한 증가로 이어질 예정이다. 최근 기능실습제에서 육성취로(育成就労) 비자로 전환된 새로운 단순기능직의 국제노동력 정책도 장기적으로는 5년 이후 이들이 특정기능(特定技能) 비자로 전환하여 영주권 취득이 용이하도록 하는 트랙으로 설계되어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관련 종사 외국인의 경우도 영주권 신청이 간략화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민국가로의 이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최근 일본은 회의를 통해 세금미납자 등의 외국인영주권자의 영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영주권자들은 이에 대해 거주권 박탈과 인권 침해의 소지가 극히 높다는 부분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영주권자 늘리기와 박탈하기라는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는 선별적 이민정책의 틀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이민정책은 전통적인 이민국가와 비교하여 자국민의 수가 확연히 감소하고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급감하는 가운데 설계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현재의 이민정책이 앞으로 두 국가의 20년 후의 모습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령 퓨처디자인과 같은 방식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민정책의 주요 대상과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현욱 신슈대학교 경법학부 조교수]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화영 유죄' 남은 쟁점은 이재명 '쌍방울 대납' 알고 있었나
- 이스라엘 폭격에 '전쟁범죄' 비난 높아지는데…미 "레드라인 넘은 것 아냐"
- 환자단체, 서울대병원 휴진 예고에 "정당성 잃은 비인도적 결정"
- 아브레우 기자회견 후 석유테마주 급락, 대체 왜?
- 국민의힘 '하이브리드' 체제? "한동훈·유승민 싫어 나온 궁여지책"
- 수문앞바다에서
- 도종환 '김정숙 초청장' 공개 "與, 김건희 물귀신 작전"
- 중국발 알리·테무, 막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 '포항 석유 가능성' 제기 액트지오 박사 "유망성 높다"면서도 "리스크" 언급
-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 재수사? "법적으로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