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이젠 달나라까지”…우주서도 양보없는 美·中

보잉 유인우주선 ISS 안전히 도킹
스페이스X는 지구 궤도 비행 성공
달 표면 기지 건설 경쟁 치열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한 중국
“美울프조항 때문에 협력 어려워”

스타라이너가 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52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릴우주군기지에서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의 아틀라스V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 제공 = 보잉]

미국 보잉사의 우주캡슐이 첫 유인 시험 비행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가 민간 최초로 유인 우주캡슐을 ISS에 도킹한 지 4년 만이다. 같은 날 스페이스X는 달·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우주선의 지구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어느 나라가 먼저 달 표면에 기지를 건설하느냐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붙은 가운데, 양국 간 우주 패권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배리 부치 윌모어(61)와 수니타 윌리엄스(58)가 탑승한 보잉사의 우주캡슐 ‘CST-100 스타라이너’가 이날 오후 1시 34분(미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7일 오전 2시 34분) 남부 인도양 약 402km 상공에서 ISS에 도킹했다.

NASA는 이번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스타라이너를 ISS 수송에 정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승인하게 된다.

NASA는 지난 2014년 지구 저궤도 유인 운송을 민간 기업에 맡긴다는 방침을 세우고 보잉, 스페이스X와 각각 42억달러(약 5조8000억원), 26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인 캡슐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보잉의 경쟁사인 스페이스X는 지난 2020년 이미 ‘크루 드래건’의 유인 운송에 성공했으며 현재까지 NASA 소속 우주비행사 총 13명을 우주로 실어 나른 바 있다.

미국 보잉의 우주캡슐 ‘CST-100 스타라이너’가 6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을 준비하고 있다. 도킹에 성공한 우주비행사 두 명은 ISS에 일주일여 체류한 뒤 귀환할 예정이다. 이번 유인 시험 비행은 2022년 스타라이너가 무인 비행에 성공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AP = 연합뉴스]

이날 스페이스X는 달·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의 지구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타십은 이날 오전 7시 50분(미 중부시간 기준·한국시간 6일 오후 9시 50분) 텍사스주 남부 보카 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됐다. 발사 약 3분 후 전체 2단 발사체의 아랫부분인 ‘슈퍼헤비’ 로켓이 상단 우주선 스타십에서 분리됐다. ‘슈퍼헤비’와 분리된 스타십 우주선은 시속 2만6225㎞ 안팎으로 고도 210㎞에 도달해 궤도를 따라 지구를 반 바퀴 비행한 뒤 발사 40분 후 고도를 낮추며 대기권에 재진입해 인도양에 착수했다.

스타십은 지난 3월 세 번째 시험비행에서 예정된 궤도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교신이 끊겨 공중에서 폭발 처리된 바 있다. 스타십이 네 번째 시도 만에 지구 궤도 비행에 성공하면서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선 상용화 및 화성 탐사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시험 비행 성공은 반 세기 만에 다시 인류를 달에 보낸다는 ‘아르테미스 III’ 계획을 추진 중인 NASA에도 고무적인 소식이다. NASA는 스타십을 통해 2026년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달 표면에 사람이 상주하는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다.

NYT는 “스타십이 우주선을 일종의 로켓이 아니라 마치 제트기처럼 반복해서 띄울 수 있다면 글로벌 우주 발사 산업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지난달 발사한 우주탐사선 ‘창어6호’는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서 토양 등 샘플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6일에는 달 궤도에서 대기 중인 궤도선·귀환선과 도킹에도 성공했고, 샘플을 귀환선에 옮겨실으며 본격적인 귀환길에 올랐다.

앞서 창어 6호는 지난 2~3일 달 뒷면 ‘남극-에이킨 분지’에서 토양과 암석 등 샘플 채취한 뒤 샘플을 싣고 지난 4일 달 뒷면에서 이륙했다. 향후 귀환선과 분리 단계를 거쳐 네이멍구 시지왕치 착륙장에 착륙할 예정이다. 귀환 시기는 이달 25일 전후로 예상된다.

중국은 2026년까지 ‘창어 7호’를 달에 착륙시키고 달 표면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연구인력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관영지인 환구시보는 이번 성과를 두고 빌 넬슨 NASA 국장의 말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넬슨 국장은 “미국과 중국은 화성 탐사 등에서 좋은 협력을 해왔다. 중국과의 우주 협력 확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6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항상 미국과 우주 협력에 개방적이었으나 지금은 여러 문제와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그 원인은 미국의 ‘울프 조항’에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2011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과 NASA가 중국 정부나 정부 소유의 기업과 협력할 경우 예산을 쓸 수 없도록 금지했다. 이는 당시 프랭크 울프 하원 예산결산위원장의 이름을 따 울프 조항이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