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 못 푼 ‘동해 광구’ 사업성·투명성, 국회가 철두철미 밝히라

2024. 6. 7. 18: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동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 당사자인 미국 액트지오사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90분 간 기자회견을 했지만, 지금껏 제기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면서도 “실제 이를 입증하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근거·데이터 제시나 이 광구의 경제성 언급도 없었다. 결국 ‘파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 사업을 대통령이 직접 서둘러 발표할 사안이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아브레우 고문과 석유공사 관계자 등은 기자회견에서 동해 광구를 이미 탐사한 호주의 최대 석유개발 기업 우드사이드가 경제성 없다는 평가를 한 것은 ‘시간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합병에 따른 조기 철수로 탐사자료를 심층 분석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5년 이상 해당 지역에서 직접 시추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이 충분한 검토없이 ‘돈 될 사업’을 포기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현재로선 석유공사가 제공한 데이터만 갖고 분석한 액트지오의 추정과 판단이 동해 광구 시추를 밀어붙이는 전부인 셈이다.

아브레우 고문이 “상당한 규모의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의 특징은 찾지 못했다”고 밝힌 것도, 향후 이 사업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석유는 대부분 포화탄화수소가 50% 이상으로 구성되는데, 탄화수소 확인없이 나선 시추탐사 성공률은 매우 낮다. 추정 매장량이 36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로 격차가 큰 이유도 탄화수소 영향 때문이다.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동해석유 테마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수 천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시추 사업의 데이터 해석을 1개 업체에만 맡기는 게 타당한 것인가. 석유공사는 ‘기밀 유지’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통상 기밀 유지 위반시 엄청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식으로 계약하고 여러 곳에 분석을 의뢰할 수 있다. 유수의 글로벌 탐사 업체를 놔두고 소규모 컨설팅 업체 한 곳을 선택한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묻지 말고 따르라’는 추진 방식으로는,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초장기 사업을 밀고 갈 동력이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동해 광구 개발 사업은 갈 길이 멀다. 돌다리 두드리듯 확인할 것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시추를 지시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국민들에겐 차분히 지켜보자고 했지만, 정작 흥분한 건 대통령이었다. 그 과정에서 산업부와 국책연구원도 사전 검토·협의 단계에서 투명하게 참여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의구심과 혼선이 커진 셈이다. 정부는 액트지오의 석유·가스 매장량 판단 근거에 대해 상세히 공개하고, 국회는 이 사업의 의혹과 타당성을 철두철미하게 검증해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