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 못 푼 ‘동해 광구’ 사업성·투명성, 국회가 철두철미 밝히라

동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 당사자인 미국 액트지오사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90분 간 기자회견을 했지만, 지금껏 제기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면서도 “실제 이를 입증하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근거·데이터 제시나 이 광구의 경제성 언급도 없었다. 결국 ‘파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 사업을 대통령이 직접 서둘러 발표할 사안이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아브레우 고문과 석유공사 관계자 등은 기자회견에서 동해 광구를 이미 탐사한 호주의 최대 석유개발 기업 우드사이드가 경제성 없다는 평가를 한 것은 ‘시간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합병에 따른 조기 철수로 탐사자료를 심층 분석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5년 이상 해당 지역에서 직접 시추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이 충분한 검토없이 ‘돈 될 사업’을 포기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현재로선 석유공사가 제공한 데이터만 갖고 분석한 액트지오의 추정과 판단이 동해 광구 시추를 밀어붙이는 전부인 셈이다.
아브레우 고문이 “상당한 규모의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의 특징은 찾지 못했다”고 밝힌 것도, 향후 이 사업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석유는 대부분 포화탄화수소가 50% 이상으로 구성되는데, 탄화수소 확인없이 나선 시추탐사 성공률은 매우 낮다. 추정 매장량이 36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로 격차가 큰 이유도 탄화수소 영향 때문이다.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동해석유 테마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수 천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시추 사업의 데이터 해석을 1개 업체에만 맡기는 게 타당한 것인가. 석유공사는 ‘기밀 유지’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통상 기밀 유지 위반시 엄청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식으로 계약하고 여러 곳에 분석을 의뢰할 수 있다. 유수의 글로벌 탐사 업체를 놔두고 소규모 컨설팅 업체 한 곳을 선택한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묻지 말고 따르라’는 추진 방식으로는,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초장기 사업을 밀고 갈 동력이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동해 광구 개발 사업은 갈 길이 멀다. 돌다리 두드리듯 확인할 것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시추를 지시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국민들에겐 차분히 지켜보자고 했지만, 정작 흥분한 건 대통령이었다. 그 과정에서 산업부와 국책연구원도 사전 검토·협의 단계에서 투명하게 참여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의구심과 혼선이 커진 셈이다. 정부는 액트지오의 석유·가스 매장량 판단 근거에 대해 상세히 공개하고, 국회는 이 사업의 의혹과 타당성을 철두철미하게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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