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USA 폐막…안보 논의 심화 속 K-바이오 영역 넓히기
삼성바이오·셀트리온 등 "비즈니스 미팅 활발…방문객 늘어"
(샌디에이고=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나흘간 진행된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전시회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이 6일(현지 시각) 폐막했다.
미국 내 고조되는 바이오 안보화 경향이 전시회 전반에 드리운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각국 기업들은 '사업과 돌파구가 만나는 곳'이라는 이번 전시회 슬로건처럼 각기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전시와 홍보, 비즈니스 미팅에 진력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시회에는 70여개 국 1만9천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한국인 참가자가 1천300여 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한 한국 기업과 단체는 47개였지만, 다른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 한국 기업을 합하면 800여 개에 이른다고 한국바이오협회는 전했다
두드러지는 '바이오 안보화'…한·미·인도·일본·EU 바이오제약 연합 발족
이번 바이오USA는 개막일인 3일 '국가 안보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미국 정부와의 파트너링'을 주제로 한 세션이 마련되는 등 바이오 안보가 중심 화두로 떠올랐다.
존 크롤리 미국 바이오협회장은 전시 셋째 날 기조연설에서 "바이오산업은 세계에 제공할 수 있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라며 "회복력 있는 바이오 제조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팬데믹 대비 및 대응 사무소 책임자인 폴 프리드릭스 부보좌관, 데이비드 스미스 국방부 건강 준비 태세 정책·감독 담당 부차관보, 윌리엄 맥레이븐 예비역 해군 제독 등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바이오 분야 관계자라고 보기 어려운 인사들이 주요 연사로 무대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을 비롯해 최선 대통령실 첨단바이오비서관, 김현욱 경제안보비서관 등이 전시장을 찾아 국내외 기업 부스를 둘러봤다.
대통령실은 샌디에이고에서 한국과 미국·일본·인도·유럽연합(EU)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바이오제약연합'을 발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바이오USA에 대규모 부스를 설치해 참여했던 중국 대형 위탁임상개발생산 기업(CRDMO)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생물보안법안이 자신들을 '우려기업'으로 지목하고 미국과 거래를 제한하려는 데 반발, 올해 전시에 불참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올해 바이오USA는 정책적으로 봤을 때 바이오 안보와 관련해 미국 주도 하의 가치 사슬을 구성하려는 것이 특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산 역량·홍보 강화…접촉면 넓히는 K-바이오
한국 기업들은 저마다 혁신 기술과 생산역량, 지리적 강점 등을 적극 홍보하며 참가 기업들을 상대로 파트너링 강화와 수주 확대에 나섰다.
내년 4월 인천 송도 제5공장 건립으로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을 갖추게 되고 의약품 위탁개발(CDO)에도 다양한 플랫폼을 갖추고 있음을 적극 홍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전시회 기간 하루 평균 약 1천 명의 방문객이 부스를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비롯해 후속 파이프라인(개발 중 신약),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제품에서부터 유통·판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등 다양한 주제로 기업들과 150차례 이상 미팅을 했으며, 부스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처음 전시 부스를 마련한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개발 중 신약에 관한 파트너링과 투자나 기업 인수 관련 논의 등 비즈니스 미팅 200여 건을 진행했다고 전했으며,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100개 이상 제약·바이오 기업과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일본, 대만, 인도 등 여러 외국 기업도 수주 확대 등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지난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세포 배양 CDMO 제조공장 확장에 12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일본 후지필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전시장 중앙에 최대규모의 부스를 설치했다.
69개로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많은 기업과 단체가 전시 부스를 마련한 대만 역시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중국의 공백을 기회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 CDMO 기업 에어제닉스는 "중국 CDMO 기업의 고객입니까? 미국 생물보안법이 걱정되십니까? 에어제닉스가 해법입니다"라고 쓰인 유인물을 부스에서 나눠주기도 했다.
기관·단체도 적극 참여…바이오테크·소부장 기업 등 글로벌 진출 도와
바이오산업 관련 기관·단체도 바이오테크·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의 참가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코트라와 한국관을 공동운영한 한국바이오협회는 예년보다 2배 이상 지원 대상 규모를 확대해 유바이오로직스, 이엔셀 등 26개 기업과 서울바이오허브,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등 2개 기관이 이번 행사에 참가했으며, 한국관에서만 모두 400여 건의 상담이 이루어졌다고 협회는 전했다.
협회는 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과 함께 'K-BIO 소부장 특별관'도 별도로 운영하며 비티알 등 8개 소부장 바이오테크 기업의 성과를 소개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도 교원 창업·기술이전 기업 7곳과 함께 별도 부스를 마련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지난해 함께 참가한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기술이전 논의에 진척을 보는 등 성과가 있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참가 기업 수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을 위한 네트워킹 행사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전시 둘째날인 4일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안전성평가연구소,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8개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의 밤' 리셉션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국, 미국, 호주 등 250여 개 기업·기관 관계자 6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왕윤종 3차장도 참여해 환영사를 했다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전했다.
다음날에는 한국바이오협회, 코트라, KEIT, 한국거래소, 인베스트서울이 공동 개최한 '코리아 바이오텍 파트너십'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770여 명이 참석했으며, 미국 상무부를 비롯해 주 정부 관계자, 화이자, MSD, 로슈, 일라이 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들이 다수 참여해 한국 바이오산업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국바이오협회는 전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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