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징벌적손배법에 조선일보 "사적 복수" 동아일보 "비리정치인 수혜"
한겨레경향도 "권력자들이 남용" "권력자들이 쥘 수 있는 또 하나의 칼"
양문석 등 발의자들에 중앙 "발의 의원들 속사정도 수상"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폐기된 '언론중재법'을 재발의하자, 보수진보 언론 너나 할 곳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동아일보는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비리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을 살펴보면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피해입은 자가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고 △반론 보도 시 원보도와 동일한 분량으로 해야 하고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에는 정청래 의원을 포함해 강준현, 한민수, 양문석, 정진욱, 김병주, 임오경, 김동아, 이원택, 신영대 등 총 10인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일 동아일보는 <언론에 재갈 물릴 '징벌적 손배법' 재탕 발의한 야(野) 의원들> 사설에서 “언론이 피해액의 3배까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기존 독소 조항을 그대로 담고 있다”며 “명예훼손죄의 존재 등 복수의 피해 구제책이 있는 우리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 과잉 규제로 2021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조항이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하락의 이유 중 하나로 이 개정안의 추진을 꼽기도 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개정안엔 언론이 반론 보도를 수용할 경우 원보도와 동일한 분량으로 해야 한다는 황당한 조항까지 담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비리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일부 민주당 의원의 면면은 동기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양문석 의원은 2021년 서울 강남 아파트 구입 과정의 대학생 딸 명의 불법 대출 의혹이 선거 도중 언론에 의해 제기되자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김동아 의원은 고교 시절 학교 폭력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소송을 건 상태”라고 짚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들은 410 총선을 며칠 앞두고 양문석 의원이 새마을금고에서 불법 대출을 일으켜 딸 명의로 집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의혹 보도에도 불구, 양 의원은 의원에 당선됐다. 실제로 양 의원은 당선 직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허위사실 유포를 밥먹듯이 하는 조선일보 등에 대해 명확하게 징계하고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국회에 들어가면 해야 할 1호 법안”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경향신문도 법안에 이름을 올린 양문석 의원을 거론했다. 7일 중앙일보는 <'언론 징벌적 손배' 재탕 추진, 의도부터 의심스럽다> 사설에서 “이번에 발의에 참여한 양문석 의원은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둔 상태다. 양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불법 대출 의혹이 제기되자 '당선되면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관철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금배지를 달았으니 자기를 괴롭힌 언론에 화풀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지난 3일 <정치 장난 같은 엉터리 '김건희 특검법'과 '언론 징벌법'> 사설에서 “양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아파트 구입 과정에서 대학생 딸 명의로 편법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언론이 보도하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관철시키고 언론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자 곧바로 보복성 입법에 나섰다. 2021년 이상직 전 의원이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받게 되자 느닷없이 언론 징벌법을 추진했던 것과 판박”이라며 “22대 국회 시작부터 사적 복수와 자기 보호용의 엉터리 입법이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경향신문도 <해외서도 우려한 '징벌적 손배', 감탄고토식 언론 입법 말라> 사설에서 “양문석 의원은 총선 때 '대학생 딸 명의 아파트의 불법 대출' 의혹이 제기되자 '당선되면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관철시키겠다'고 한 인물”이라며 “이런 식으로 권력 감시·후보 검증·합리적 의혹 제기에 징벌적 손배를 갖다붙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언론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대상이 아니다. 민주당은 감탄고토식 징벌적 손배 입법을 멈추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권력자들이 이를 남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6일 한겨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또 발의, 비판보도 위축 우려된다> 사설에서 “필연적으로 언론 보도의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특히 권력자들이 이를 남용할 것이다. 권력 감시와 비판, 사회 고발 등 언론의 의혹 제기를 '악의적 보도'로 주장하며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윤석열 정부 2년간 비판 언론에 대한 '입틀막'은 가히 노골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비판적 보도를 상시적으로 검열·징계하고, 검찰은 대선 후보 검증 보도에도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기자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징벌적 배상'은 권력자들이 입맛대로 쥘 수 있는 또 하나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양문석 당선되자 “악의 축 조선일보 징벌적 손배제 1호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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