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에 에너지사업 재편 특명…힘실린 '형제경영'

SK이노 수석부회장 중책 맡겨
그룹 사업재편 핵심은 SK온
최태원 친동생 해결사로 투입
북미사업 총괄 유정준도 합류
깜짝인사로 조직 긴장감 높여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0일자로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신임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에너지 부문 중간지주사로 SK온을 비롯해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어스온, SK엔텀 등 9개 사업 자회사를 두고 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그간 맡고 있던 SK E&S 수석부회장직도 유지한다. 그룹 에너지 사업 양축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모두 총괄하게 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 부회장으로 선임된 것은 SK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낙점해둔 에너지 사업에 대한 전권을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부여해 현재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에너지 계열사들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 그룹 관계사들의 사업 현황을 전수 조사하며 리밸런싱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SK그룹 차원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이어 최재원 수석부회장까지 전면에 내세워 위기 타개에 보다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재계 고위 인사는 "SK그룹 사업 재편의 핵심은 SK온"이라며 "그룹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자 복잡한 사안을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맡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전경. 이승환 기자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에너지 사업의 구심점인 SK이노베이션을 이끌게 됨에 따라 그린 에너지 사업 전반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돼 사업 개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원 의장도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에너지 사업 전면에 발탁하는 인사에 힘을 실어주면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형제 경영을 통해 현재 SK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깜짝 인사로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등 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오너 경영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에너지 부문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에서 물리학(학사),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석사) 등을 전공한 만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정준 신임 SK온 부회장은 이석희 사장과 함께 SK온의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사업 확대와 신규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유정준 부회장은 1998년 SK그룹에 합류했고 2022년부터 SK그룹의 북미 사업을 총괄해왔다.

SK그룹은 최근 들어 경영진에 대한 깜짝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에도 SK에코플랜트의 박경일 사장이 물러나고 후임에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이 임명됐다. 재계에선 활로를 모색하는 SK그룹이 추가 수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 추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