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휴진 초읽기…병원장 "교수 집단행동 불허"
국민신뢰 무너뜨리면 안돼"
병원장, 교수들에 재고 요청
서울의대 비대위 휴진 앞두고
수술일정 연기·전원 나서
세브란스 등 동참 여부 주목
환자단체 "생명권 박탈 중단"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결정하면서 7일 서울대병원은 수술 일정이 잡힌 환자들의 일정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수술을 몇 달씩 기다려온 환자들은 수술 시기를 놓칠까봐 불안을 넘어 공포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병원은 수술 일정이 임박해 있는 환자부터 직접 연락을 취해 예약을 몇 달 뒤로 미루거나 전원 조치를 밟을 계획이다.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문제라 환자들에게 먼저 의향을 묻고 현 상태를 파악한 뒤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며 "환자가 원한다면 전원보단 하반기로 예약을 다시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교수도 집단 휴진이 개시되거나 오랜 기간 지속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전공의들이 돌아와야 병원이 정상 운영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 정부의 명령 취소"라고 주장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집단 휴진은 의료 집단 이기주의를 합리화하고 환자들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태"라며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이 얼마나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긴 시간 환자들이 방치되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장도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허가하지 않겠다며 비대위에 무기한 진료 중단 결정을 재고하라고 요청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중증 환자와 암 환자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대다수인 우리 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고, 서울대병원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복귀 전공의에 대한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으니 교수들은 집단 휴진에 대한 결정을 거둬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서울대 의대 비대위 결정이 다른 주요 병원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추가로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곳은 없지만 의료계 단체행동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인식이 교수들 사이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대 비대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전체 휴진에 대한 찬반 투표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삼성서울병원 등이 속한 성균관대 의대 비대위도 이날 오후 6시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연세대 의대 비대위는 8일 휴진 투표 여부를 결정한다. 한 상급종합병원 비대위원장은 "전날 서울대 의대 비대위 발표에 다른 병원 교수들도 생각이 많아진 상황"이라며 "이번 결의에 얼마나 많은 병원들이 따라와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의대 교수들이 환자 곁을 떠날 게 아니라 자리에 남아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상급종합병원의 치료가 꼭 필요한 중증질환자들이 갑작스러운 수술 취소와 연기로 병세가 악화하거나 사망하고 있다"며 "환자와 가족이 겪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는 얼마나 심하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교수들의 결의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도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행정명령 '취소'에 대해선 검토 여지를 두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공의 집단행동의 장기화로 국민과 환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교수들이 힘을 함께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앞서 발표한 전공의 복귀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대병원장들은 전공의 사직서 수리 절차를 밟기에 앞서 병원별 상황을 공유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날 한자리에 모였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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