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잇, 도시락 구독 서비스 돌연 중단... 가입자들 “환불 가능할까” 우려
현금 아닌 포인트 환불 공지
사무실 정리 수순
직원·배송기사 해고 통보
위잇 측 “어떻게든 책임질 것”
“작년 8월부터 매달 50만원씩 위잇에서 결제해 도시락 구독 서비스를 받았다.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후 포인트로 환불한다니 황당하다.”
7일 도시락 구독 서비스 ‘위잇(Weeat)’의 피해자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글이다. 위잇 서비스가 중단된 상황에서 카드 결제 내역 취소가 아닌 포인트 환불 공지가 나오자 피해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위잇의 운영사인 위허들링은 최근 서비스를 돌연 중단하고 선결제 고객들에게 현금성 포인트로 환불해 주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해당 포인트는 위잇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가입자들의 우려가 폭증하고 있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위잇에서 서비스 요금을 선결제한 고객 중 상당수가 서비스 중단 이후에도 선결제금을 현금으로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결제된 소액에 한해서만 취소 처리된 게 전부다.
위잇은 이용자가 원하는 위치로 도시락을 무료 배송하는 구독 경제 서비스다. 운영사인 위허들링은 2020년 3월부터 도시락 구독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1인분만 주문해도 무료 배송하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세웠다. 현재 누적 회원 수는 약 19만 명이다. 이용자들은 매달 15일 다음 달 메뉴가 공지되면 신용카드로 선결제하거나 포인트를 충전해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이들 중에는 5900원짜리 기본 도시락을 매일 주문해 한 달에 약 18만원을 선결제한 이용자부터 3~4개월 치 약 300만원까지 포인트로 충전한 경우도 있었다.
위잇은 지난 4일 서비스 중단을 공지했다. 위잇은 홈페이지를 통해 “고물가와 지속된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으로 재무 상황이 악화돼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며 “서비스 중단에 따라 잔여 구독은 일괄 취소할 예정이고, 상품 결제 금액과 현금성 포인트를 보유한 고객은 환불 계좌를 등록해달라”고 공지했다. 현재 위잇 측은 사무실도 정리하고 직원 20여 명과 배송기사 70여 명에게 해고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가 이날 찾은 서울 마포구 위잇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안에는 직원 한 명이 있었으나, 그 또한 대표의 행방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사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표가 몇몇 푸드업체에 분할납부를 요청했는데 우리가 돈이 없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면서 대금을 먼저 주지 않으면 물건을 보내주지 않겠다고 하는 등 애로사항이 생겼다”라고 토로했다.
이용자들은 환불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잇이 지난달 선결제 한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결제 취소 대신 현금성 포인트로 결제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현금 반환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지를 하지 않은 탓이다. 960여 명이 모여 있는 피해자 단체 채팅방에서 이용자들은 위잇 사태가 머지포인트 사태 때와 비슷하다고 입을 모았다. 쇼핑 플랫폼이었던 머지의 머지포인트는 지난 2021년 회사가 적자였는데도 새로운 유입 고객들의 구매금으로 할인해주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하다가 돌연 영업을 중단해 환불 대란을 일으켰다.
위잇 피해자 A씨는 “지난달 말 포인트 상점을 열어서 포인트를 더 주는 형식으로 결제를 유도하는 프로모션도 있었다”며 “꾸준히 서비스를 이용했던 고객들이 피해를 본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 상담을 신청하고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집단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위허들링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32억원이고, 영업이익은 약 78억원 적자였다. 같은 시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6억6000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신동미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미리 돈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지 않는 것은 배상의 영역”이라며 “이 경우 민사를 통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내부적으로 어려웠는데 그 사실을 숨기고 고객들에게 구매를 유도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사기죄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향후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소송이 진행된다면 사업이 어려운 상황을 고객들에게 미리 고지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잇 측 관계자는 “회사 대표가 어떻게든 책임을 지려고 동분서주 중”이라며 “변제 과정이 오래 걸릴 뿐”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트럼프 2기에도 ‘손해보는 투자 안한다’… 전문가들 “정부도 美에 할
- [르포] 일원본동 "매물 없어요"… 재건축 추진·수서개발에 집주인들 '환호'
- 10兆 전기차 공장 지었는데… 현대차, 美 시장에 드리워진 ‘먹구름’
- [인터뷰] 전고체 날개 단 CIS “캐즘으로 시간 벌어… 소재·장비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美FDA 승인 받았는데 회사 꼼수에 주가 곤두박질”... 분노한 개미들, 최대주주된다
- [르포] “혈액 받고 제조, 36시간 안에 투여” 지씨셀 세포치료제 센터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④ 김성근 포스텍 총장 “문제풀이 숙련공 거부…370명 원석 뽑겠다”
- 비트코인 급등에 엘살바도르, 90% 수익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