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쌍방울 대북송금, 이재명 방북 사례금"…더 커진 사법리스크
법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는 모양새다.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돈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과 관련한 사례금 성격으로 지급됐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이 대표가 직접 송금에 개입했는지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800만달러 중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394만달러다. 스마트팜 비용 대납 목적으로 164만달러, 도지사 방북비 대납 목적으로 230만달러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수출한 점을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도지사 방북비로 가지고 나간 돈 중 200만달러를 한국은행 총재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지급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쌍방울 측이 북한에 보낸 200만달러는 경기도지사 방북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이라며 "(경기도지사의) 방북 여부를 결정하는 북한 상부에 대한 사례금 성격이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했다.
또 "만일 이 전 부지사 요청으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대납한 것이 아니라면 쌍방울이 갑작스럽게 대북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는 재직 기간 경기도지사 내지는 경기도 대표단의 방북을 지속 추진해왔다"며 "이 전 부지사가 (도지사) 방북 비용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면 김 전 회장이 이미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대납한 상태에서 또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300만달러 거액을 추가로 북한 측에 지급할 이익이 없다"고 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가운데 일부는 무죄 판단도 나왔다. 환치기 방법으로 미화를 국외로 반출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급 수단 휴대수출행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가 조선노동당에 전달됐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를 단정할 증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김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 쌍방울 그룹 직원 등의 진술 등을 모두 취합해 보면 이 사건 법인카드 사용 관련 관련자들 모두 사용자를 피고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피고인이 쌍방울 사외이사 재직 중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것과 이 사건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킨텍스 대표이사 재직 기간 동안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등을 제공받아 뇌물을 수수했다는 부분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위반 사실은 인정되지만 평화부지사를 지낸 시기 등 일부 기간에 대해서는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죄로 인정된 금액은 2억1800여만원이다.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자 진술과 형사판결문, 통화내역 등에 의해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는 장기간 뇌물과 정치자금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원받았다"며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유력 정치인과 사기업 간 유착관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는데, 상당한 정치 경력을 갖춘 고위공무원으로서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의 교류 협력 사업을 진행할 때는 법 테두리 안에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는데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했다"며 "그런데도 수사부터 재판까지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과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은 이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 본인이 뇌물을 직접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편의를 위해 청탁받고 북한에 돈을 보낸 것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백현동 의혹만 재판에 넘겼다. 대북송금 사건은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 결과를 기다려 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1심 재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대북송금 의혹 공범으로 보고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 '대북송금 관련 추가 기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편파적인 판단"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김현철 변호사는 "이 사건은 수사기록과 검찰 주장에 모순이 즐비하다. 때문에 재판 기간 특별한 반대 증거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모순된 증거에 반박해 왔다"며 "민주당이 준비하는 특검법을 통해 조작 사건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수원=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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