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제작사 가이낙스 파산…빚더미 ‘사도’ 침공

홍석재 기자 2024. 6. 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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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나디아' 등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잘 알려진 일본 가이낙스사가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1984년 설립된 가이낙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설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는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 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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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한 장면. 가이낙스 제공

‘신세기 에반게리온’, ‘나디아’ 등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잘 알려진 일본 가이낙스사가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가이낙스사는 7일 자사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지난달 29일 당사 가이낙스는 파산 신청을 했고, 이튿날 도쿄 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음을 알린다”고 공지했다. 1984년 설립된 가이낙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설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는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 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하다. 앞서 제작된 ‘왕립우주군’(1987), ‘프린세스 메이커’(1991),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1991) 역시 일본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수준 높은 작품 제작 능력과 별개로 경영진의 방만하고 무책임한 운영으로 최근 10년 넘게 회사는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 가이낙스에 따르면, 회사는 2012년 무렵부터 전망이 불투명한 음식점을 경영하거나, 뚜렷한 계획도 없이 컴퓨터그래픽(CG) 회사를 세웠다가 실패를 거듭했다. 또 경영 쪽 간부들이 개인적인 고액의 무담보 대출 같은 행위로 회사를 사적 소유화하듯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공지에서 “해당 경영진이 빚어낸 거액의 부채로 로열티 미지급, 대여금 소송 등의 곤경에 처한 가운데 일부 경영진이 가이낙스의 사명을 딴 계열사를 설립했다가 대량 퇴사자를 만들어낸 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의 제작 기능마저 상실했다”며 “(이전 경영진들이 따로 세웠던) 회사들은 가이낙스와 무관함을 표명하고, 경영 책임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2019년 당시에는 이 회사 대표이사가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까지 빚으면서 회사는 운영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 회사는 “향후에라도 작품 운용이 가능하도록 협력사들과 작품의 권리 확인, 작가·크리에이터의 권리 보호와 흩어져 있던 지적 재산 등의 관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전 경영진 체제 때 쌓인 고액의 부채를 해소하지 못했다”며 파산 배경을 설명했다. 가이낙스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파산을 선택한 것에 대해 채권자와 협력 업체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무엇보다 지난 40여년간 성원을 보내준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안타까운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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