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보다 언니라 다행..다시 태어나도 선배로” 입담도 국가대표, 김연경 당황하게 한 언니들
[잠실=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입담도 역시 '국가대표급'이었다.
'김연경 국가대표 은퇴경기' 미디어데이가 6월 7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김연경과 한송이, 황연주, 김수지, 양효진, 배유나가 참석했다.
세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김연경을 비롯해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들. 역시 입담도 '국가대표급'이었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선수들은 추억을 나누며 남다른 입담을 뽐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주최자'인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양효진이 몸상태를 이유로 은퇴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내일 작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할 것 같은데 (미디어데이에는)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오래 봐 온 만큼 경기를 뛸 수 있는 정도의 몸상태 같은데 왜 못 뛰는지 모르겠다"고 '공격'을 날렸다.
김연경과 양효진은 대표팀 룸메이트의 각별한 사이다. 당연히 양효진의 몸상태를 모를리 없고 프로 선수로서 몸 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김연경이다. 자신이 주최한 특별한 행사인 만큼 그래도 양효진이 코트를 빛내줬으면 하는 약간의 서운함이 담긴 농담이었다. 양효진은 "경기를 못 뛰는 만큼 다른 것이라도 열심히 하겠다. 공이라도 열심히 주우려고 한다"고 받아쳤다.
'식빵 언니'로 유명한 김연경은 누구보다 코트에서 열정적인 선수. 열정적인 것은 때로는 경기장 안팎에서 '거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동료 입장에서 '경기력은 든든하지만 부담스러운 선배 혹은 후배'일 수도 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김연경의 선배 두 명(한송이, 황연주), 동기 한 명(김수지), 후배 두 명(양효진, 배유나)이 참석했다. '다시 태어나면 김연경의 선배나 후배 중 어느 쪽을 선택하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에는 모두가 '현상 유지'를 원했다.
이번에는 김연경이 공격을 받았다. '맏언니'인 한송이는 "배구에 '내가 쟤보다 언니라 다행이다' 하는 선수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김연경이다"고 말해 김연경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김연경보다 4살 위인 한송이는 "김연경은 열정적이고 흥분할 때도 많다. 선배라면 그걸 말려줄 수 있지만 후배는 감당해야 한다. 김연경의 성격을 온전히 감당하기엔 난 여리다. 이정도 나이 차이가 좋다"고 웃었다. 황연주 역시 다시 태어나도 선배이고 싶다고 답했다.
역시 편을 들어주는 것은 친구였다. 동기인 김수지는 "친구인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후배인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연경이)좋은 길을 닦아놨으니 후배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김연경을 지원했다. 후배인 배유나는 "(김연경이)무섭다기보다는 이해한다. 때로는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더 잘하는 선수들도 있다. 선수들도 (김연경을)잘 따랐고 나는 한 번 말하면 잘 듣는 스타일이었다"고 웃었다.
김연경은 "나는 선배들한테 잘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인생을 나쁘지 않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은 내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비록 두 선배가 다시 태어나도 '여전히 선배'인 것이 좋다고 했지만 김연경의 초청에 누구보다 흔쾌히 응한 것도 바로 언니들이었다. 김연경은 "베테랑들, 언니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줘 잘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룸메이트인 양효진에게 김연경은 각별했다. 양효진은 "처음 방을 같이 썼을 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우리는 대회에 나가면 겨우 1승을 하던 시절부터 룸메이트였다. 그때도 언니는 항상 1-2걸음 더 나아가서 생각을 했다. '이걸 바꾸면 좋아질텐데 왜 여기서 멈춰있지' 하는 생각들을 하더라. 나이도 어린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지 신기했다. 나이가 들었지만 언니는 여전히 '높은 선배'일 것 같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언니와 방을 같이 쓰면 세계적인 선수들이 방에 놀러온다. 그 선수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모두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전례없던 국가대표 은퇴경기가 김연경이라는 대스타 덕분에 마련됐지만 앞으로도 배구가 주목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며 유일하게 '현역 선수' 신분이 아닌 한송이는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팬들과 인사를 제대로 못했다. 그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연경이 덕분에 팬들께 마지막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 고맙다. 은퇴에는 아쉬움이 없다"고 말했다.(사진=왼쪽부터 김연경, 배유나, 양효진, 김수지, 황연주,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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