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유전 대박과 쪽박 사이

박만원 기자(wonny@mk.co.kr) 2024. 6. 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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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이 발견되자 온 나라가 들썩였다.

'영일만 유전'으로 떠들썩한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2010년 리브라 유전이 처음 발견됐을 때 브라질의 상황이다.

유전 덕분에 빈국이 단숨에 부자 나라가 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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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이 발견되자 온 나라가 들썩였다. 추정 매장량은 최대 150억배럴. 석유수출국기구(OPEC) 지역을 제외하곤 가장 큰 유전이다. 오일달러 횡재를 맞아 국가 경제가 단숨에 선진국 반열로 올라설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쏟아졌다. '영일만 유전'으로 떠들썩한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2010년 리브라 유전이 처음 발견됐을 때 브라질의 상황이다.

반전은 대박인 줄 알았던 유전이 애물단지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깊은 바다 두꺼운 소금층 아래 유전이 있어 석유를 끌어올리는 데 여러 가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야 했다. 채굴 비용이 당초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고 국제유가도 하락세로 돌아서자 개발에 참여하려 했던 석유회사들이 하나둘 발을 빼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유전 개발을 주도한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의 정경유착 스캔들마저 터져나왔다. 리브라 유전의 상업 생산은 계속 미뤄졌고, 유전 개발에 대한 실망과 정경유착 스캔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겹쳐 2016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유전 덕분에 빈국이 단숨에 부자 나라가 된 사례도 있다. 스타브록 유전으로 돈방석에 앉은 남미 가이아나가 그렇다. 2015년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처음 석유를 발견한 스타브록 광구는 추정 매장량이 110억배럴에 달한다. 현재 국제유가로 환산하면 약 1000조원에 달하는 가치다. 인구 80만명의 작은 나라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큰돈이다. 국제 석유기업들이 투자해 생산해주고 가이아나 정부는 수입의 50%를 챙겼다.

2018년 6000달러에 불과했던 가이아나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석유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2022년에 1만8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

영일만 유전의 엔딩은 대박일까, 쪽박일까. 최종 시추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벌써부터 김칫국 마실 일도, 터무니없다며 지레 포기할 필요도 없다. 누가 알겠나. 긁지 않은 복권처럼 잊고 살다 보면 뜻밖의 횡재를 만나게 될지.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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