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중도 사임·법관 기피…'우여곡절' 겪은 이화영 1심 재판
'술판 회유' 주장 놓고 검찰-李 공방도…기소 1년8개월만에 유죄 선고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이화영 경기도 전 평화부지사의 1심 재판이 변호인 중도 사퇴와 법관 기피 신청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무리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7일 대북송금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특가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월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이 전 부지사가 2022년 10월 구속기소 된 지 1년 8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정리해봤다.
변호인 중도 사임·재판 기록 유출…끊임없는 돌발 변수들
재판 진행은 순탄치 않았다.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 모씨가 지난해 7월 25일 41차 공판을 하루 앞두고 피고인의 실질적인 변론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내면서 재판은 한 달 넘게 공전했다.
이 시기는 전 부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를 부인하던 태도를 바꿔 검찰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대북송금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알려진 직후였다.
백씨는 당시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남편을 향해 "검찰에 회유당하는지도 모르고…정신 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이 전 부지사의 또 다른 변호인 법무법인 덕수가 같은 해 8월 8일 42차 기일에 출석했으나 변론 도중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재판은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파행됐다.
덕수 측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서를 제출한 뒤 재판장 기피신청서, 변호인 사임서를 차례로 제출하고 퇴정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때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호인이 재판 기록과 검찰 증거 자료를 유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근택 변호사는 지난해 2월 등사한 검찰 증거서류를 소송 준비 목적과 무관하게 더불어민주당에 무단으로 교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자료는 정당 홈페이지에 게시됐고, 검찰은 현 변호사를 형사소송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관 기피 신청으로 재판 또 중단…재판장 이례적 유임
이 전 부지사 측은 지난해 10월 23일 형사11부 소속 법관 3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다.
김현철 법무법인 KNC 변호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재판장이 검찰의 유도 신문을 제지 및 제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가 '쌍방울과 조선아태위 협약서에 기재된 계약금 500만달러는 실제 계약금 성격의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묻자, 김 전 회장이 '계약할 게 없죠'라고 답한다"며 "미리 검사와 김성태가 뭐라고 답할지 말을 맞혀 놓고, 김성태가 제대로 외우지 못하니 '이렇게 답하라'고 질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 불명료한 쟁점에 대한 석명의무 불이행 ▲ 기소되지 않은 사실에 관한 증인신문 허용해 예단 형성 ▲ 재판 진행 불공평 ▲ 위법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 등도 기피 이유로 들었다.
검찰은 재판 지연이 목적이라고 지적했으나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재판은 지난해 12월 28일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약 두 달간 중단됐다.
올해 2월 중순 예정된 재판부 인사이동까지 겹쳐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 시점이 한참 뒤로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 전 부지사 관련 기록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새 재판부가 선임되면 기록을 검토하는 데만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이례적으로 재판장 임기 2년을 채운 신진우 부장판사의 유임을 결정했다.
'검찰 술판 회유 주장' 놓고 검찰―이화영 측 장외 공방
이 전 부지사의 공판은 4월 8일 마무리됐으나 그가 4일 피고인 신문에서 제기한 '검찰청 술자리 회유 주장'으로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은 법정 밖에서 거세게 맞붙었다.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경쟁적으로 내며 서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처음 술자리 회유 주장이 제기되고 20일간 검찰은 10차례의 입장문과 설명자료를, 이 전 부지사 측은 4차례 옥중서신(진술서)과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말∼7월 초 대북송금 혐의 관련 제삼자 뇌물 혐의로 검찰 조사가 이뤄질 때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 등과 함께 검사실 맞은편 창고방(1315호)에서 술을 마셨고 '이재명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도록 회유 및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의 요청으로 쌍방울 직원들이 연어 요리와 술 등을 가져왔다고 했다.
검찰은 "터무니없는 허위"라고 정면 반박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술을 마셨다고 지목한 날짜의 출정일지와 호송 계획서, 영상녹화실 내부 사진 등을 차례로 공개하며 이 전 부지사가 지목한 일시엔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청사 안에서는 음주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들의 공방은 형사 고발로 번졌다.
이화영 측은 4월 말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담당 수사 검사와 쌍방울 직원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전 부지사는 고발장에서 "피고발인인 쌍방울 직원 A씨 및 성명불상의 쌍방울 직원들은 지난해 5∼6월 불상일 오후 4∼6시경 수원지검 1313호에서 김성태의 요청을 받고 수사 검사 B씨의 허가 또는 묵인하에 불상지에서 소주 등 주류와 안주를 사 와 김성태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법정에서 이뤄진 피고인 신문에서 지난해 6월 말∼7월 초쯤 1315호에서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으나 고발장에서는 일시 및 장소를 변경했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출정일지와 호송계획서 공개 등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 등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추가 고발하면서 양측의 장외전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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