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의협 '역대급' 총파업 투표율…의료공백 악화 가시권

조소현 2024. 6. 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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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개최…투표 결과 발표 예정

대한의사협회(의협)는 7일 자정까지 대정부 투쟁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 오는 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리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했지만 의사단체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은 오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휴진을 결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대정부 투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요지부동인 가운데, 향후 의사단체의 '총파업' 분위기가 확산할 지 관심이 주목된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이날 자정까지 대정부 투쟁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 오는 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리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의협은 투표 결과를 토대로 범의료계 투쟁 시작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쟁 시기와 방식 등은 9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11시20분 기준 투표율은 50.1%다. 유효 투표 인원 12만9200명 가운데 6만4619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의협은 찬성이 압도적일 것으로 내다 본다. 투표율도 이례적으로 50%를 돌파해 향후 대정부 투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공보이사는 "지난 2월 의협 비대위에서 진행했던 투표에는 1만4000명이 참여했고 이전에도 통상 4만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했다"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투표율이 높다. 교수와 개원의 등 모든 직역에서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 집행부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합의를 했고 다만 시기나 강도 등은 회원들의 뜻을 중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투표에서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저지하기 위한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는가', '6월 중 계획한 휴진을 포함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가' 두 가지를 묻고 있다. 두번째 질문의 찬성 비율에 따라 향후 집단행동 여부 및 강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의협은 9일 오후 2시 의협회관에서 지난 4~7일 진행된 전 회원 투표 결과와 향후 투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대표자대회는 의료계 투쟁역사에서 교수, 봉직의, 개원의 등 모든 직역이 한뜻으로 행동하기로 결정하고 결행하는 최대 규모의 단체행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회에는 의협 대의원회와 집행부, 16개시도의사회장 및 시군구의사회장, 각 산하단체들, 교수, 개원의, 봉직의 등 전 직역 대표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3월23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홍보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더팩트DB

13만 회원들로 구성된 의협마저 집단행동 수위를 높이면 의료공백 악화는 불가피하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전날 전체 교수 총회와 지난 3∼6일 설문 결과를 종합해 필수 진료과목을 제외한 전체 휴진을 결의했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필수 부서를 제외하고 휴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17일 전까지 정부의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이 완전히 취소되고 이번 의료 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당일부터 진료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39명의 교수 중 63.4%가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에 찬성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소속 의대 교수들도 이날 오후 온라인 총회를 열고 전공의 행정처분과 사법절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전의교 비대위에 소속된 의대 교수들도 의협의 투표 결과에 그대로 따를 방침이다. 전의교 비대위 관계자는 "소속 의대 교수들이 모두 의협 회원"이라며 "의협 투표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휴진과 의협의 집단행동이 함께 진행될 경우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이 얼마나 위급한 상황에 놓일지 잘 알지 않냐"며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집단휴진을 규탄한다. 환자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의 휴진 방침과 관련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돼 국민과 환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기한 전체 휴진을 결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님들이 환자의 곁을 지켜주실 것이라 생각한다"며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무기한 휴진은 병원을 믿고 다니는 환자들의 불편을 넘어 안전에도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병원장으로서 비대위 결정을 존중해왔지만, 이번 결정은 동의하기 어려우며,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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