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자금 北에 무모하게 지급"···구속 기각됐던 이재명 추가 기소 가능성
환치기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 지급해
남북 교류를 위한 정책 목적이어도 처벌 불가피
스마트팜 및 이재명 방북 비용 대납 혐의 인정
이재명 추가 기소 이뤄지나···수사 향방 촉각
이대표측 "재판부가 편파적 증거 선택" 반발
재판부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102280)그룹을 무리하게 동원해 북한에 거액의 미화를 보낸 점을 유죄로 판단했다.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북한 측에 대납하려고 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 대표를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7일 열린 ‘대북 송금’ 관련 1심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행위가 외교 및 안보상 문제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이어 “북한과의 교류 협력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나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했다”고 짚었다.
다만 이날 재판부가 불법으로 반출됐다고 인정한 금액의 규모는 394만 달러다. 앞서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총 800만 달러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금액을 인정한 것이다. 이 중 230만 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비로 밀반출됐다고 봤으며 스마트팜 사업비는 총 164만 달러에 대해 불법 자금으로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과 공모해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신고 및 허가 없이 중국으로 밀반출해 금융 제재 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지급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쌍방울이 경기도가 낼 비용을 대납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발언의 신빙성도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에 보낼 비용을 지원해주면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듣고 환전 등을 통해 북한에 보낼 자금을 준비했다는 김 전 회장이나 방 전 부회장의 구체적인 진술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해왔다. 그는 “대북 송금은 경기도와 무관한 쌍방울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을 위한 계약금 성격”이라며 “애초 대북 제재로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 전 회장에게 대납을 요구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재판부는 대북 송금에 대해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일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행태에 비춰보면 장기간 뇌물 및 정치자금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원받았다”며 “고위 공무원으로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유력 정치인과 사기업 간 유착 관계의 단절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왔음에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이날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송금 공모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면서 해당 혐의와 관련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과 관련해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은 이미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기 때문에 추가 기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이달 3일 이 전 부지사 회유 의혹을 수사하겠다며 특별검사법을 발의한 민주당 등 정치권에도 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북 송금의 사실관계가 인정됐다는 부분에서 검찰 기소 강행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 대표와의 공모 및 대북 송금 고의성 부분은 법원에서 다시 다툴 가능성 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의 법률대리인인 김현철 변호사와 김광민 변호사는 1심 선고 이후 “재판부가 ‘이화영 때문에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하게 됐고 이화영이 쌍방울 대북 사업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증거를 취사선택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날 선고 결과에 여야는 상반되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유죄 가능성에 대한 사법 리스크 우려가 현재진행형이 됐다”는 평가를 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검찰이 자행한 조작 수사가 점차 드러나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검찰 주장을 상당 부분 채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번 재판은 변호인 중도 사퇴와 법관 기피 신청 등이 겹치며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된 지 1년 8개월 만에 결론이 나게 됐다. 공판이 모두 마무리된 4월 8일 이후에는 ‘검찰 술자리 회유 주장’으로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임종현 기자 s4ou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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