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발견] 산업단지 속 카페가 만든 변화

2024. 6.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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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주안 공업단지에 있는
공장 개조한 카페 겸 전시관
노동자·시민 휴식처로 인기
술집 포진한 예전과 달라져
요즘 산단 첨단에 다양화
쉬고 즐길 수 있는 곳 돼야
청년들 창의공간으로 변모

오늘은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에 자리한, 1970년에 지어진 공장 건물을 개조한 카페 '코스모40'에 대해 말씀드리려 한다.

코스모40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나 영등포구 문래동에 자리한, 공장을 개조한 카페들의 확장판과 같은 카페 겸 전시관이다. 견고하고 모던하게 지어진 거대한 공장 건물을 개조한 코스모40은, 어떤 분들께 소개해도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고는 한다.

코스모40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우선 가좌동이라는 지명에 대해 설명드릴 필요가 있겠다. '가좌'라는 중국어식 지명은 '가재울'이라는 고유 한국어 지명을 비슷하게 옮겨붙인 것이다. 가재울이라는 한국어 지명의 뜻은 일반적으로 '가재가 사는 개울'로 해석된다.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과 남가좌동,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 경상남도 진주시 가좌동 모두 개천을 끼고 있다.

인천 가좌동의 경우는 동쪽의 원적산·함봉산·호봉산에서 흘러나오는 개천들이 서쪽의 바다로 흘러가는 지형이다. 다만 이 서쪽 바다는 그 후 모두 매립되어 주안 염전이 되었다가, 1960년대부터 주안공단으로 바뀌어 버려서 수변 경관이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의 다른 가좌동들과 비교해서 인천 가좌동에서는 개울이 흐르는 동네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주안공단은 1964년에 '수출 산업 공업 단지 개발 조성법'이 제정된 뒤 서울 구로동부터 이곳까지 건설된 일련의 수출 산업 단지 가운데 하나다. 현재 주안공단에 가면 평평한 땅에 공장들이 펼쳐져 있는데, 반세기 전에는 이곳이 바다였고 염전이었다는 상상이 잘 되지 않으실 터이다.

여러분께서 가좌동의 옛 모습을 상상하실 수 있도록 해주는 건물이 두 채 있다. 한 채는 오늘의 주인공인 코스모40 건물이고, 하나는 그곳에서 걸어서 1분 정도 떨어진 언덕 위에 자리한 기와집이다. 기와집은 300년쯤 된, 수도권에서도 상당히 오래된 축에 속하는 고택이다. 이 기와집이 위치한 언덕 아래의 구불구불한 길은 수십 년 전까지는 바닷가였다. 그리고 그 바닷가 너머에 코스모40이 자리하고 있다.

이 두 건물은 모두 한 집안 소유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나는 이 집안이나 공장과 아무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코스모화학을 운영하던 이 집안은, 공장을 울산으로 옮긴 뒤에 공장 내 건물들 가운데 한 채를 남기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지금과 같이 카페 겸 전시공간으로 개조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용도를 바꾼 공장 건물은 인천 시민들, 특히 주안공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분들께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코스모40에 간 것은 점심시간이었다. 젊은 연인들과 함께, 주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분들이 여유 있게 놓인 좌석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고 계셨다. 그 노동자분들이 앉아계신 좌석의 창밖으로는 그분들이 일하는 주안국가공업단지의 경관이 펼쳐져 있었다. 코스모40은 주안공단의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다가, 쾌적하게 한때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그간 공단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업종은 식당·술집·노래방·모텔 등이었다. 말하자면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업종들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이들 업종 이외에 좀 더 다양한 업종이 자신들의 직장 가까이 들어서기를 바라는 노동자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평일 점심시간에 코스모40을 찾은 주변 공장의 노동자들이 보여주듯이, 이런 업종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 공급이 없었을 뿐이었고, 공급을 가능케 하는 제도가 미비했던 것이다.

경제학자 박정호 선생은 얼마 전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지적을 했다. 우수 인력들이 제조 현장을 직장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산단도 단순히 예전처럼 공장만 즐비한 산단이 아니라 청년들이 뛰어놀 수 있는 산단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산단과 관련된 법규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그가 제안하는 미래 산단의 모습이 인천 주안공단에 존재한다. 미래 한국의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현장을 이번 주말에 답사해보실 것을 권한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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