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정보통보다는 철학자로 살라

2024. 6.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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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거의 끊고 살았다.

잡된 정보가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게 싫어서다.

순서도, 맥락도 없는 정보와 거기에 '좋아요'를 표시하고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은 우리를 오만하게 한다.

지혜의 갓난아기는 낡은 정보를 반복해 탐닉하는 비평가나 전문가보다 새로운 세계를 배태하려 애쓰는 철학자의 작업에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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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거의 끊고 살았다. 잡된 정보가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게 싫어서다. SNS에선 여행, 정치, 책, 경제, 맛집, 아이 이야기가 무작위로 출몰한다. 순서도, 맥락도 없는 정보와 거기에 '좋아요'를 표시하고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은 우리를 오만하게 한다. 세상 온갖 일을 아는 양 착각하게 하고, 무어든 의견을 내도 좋은 듯 여기게 만든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모음 펴냄)에서 사사키 아타루 교토세이카대학 교수는 정보통이 되려 하는 우리 행태를 비판하고, 차라리 정보를 차단하고 어리석음을 선택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자고 이야기한다. 현대인은 흔히 여기저기 기웃대면서 수시로 정보를 모으고, 모든 걸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되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수시로 지식을 탐닉하고, 매일 최신 정보로 갱신하려 안달복달하는 것이다.

정보 강박이 낳은 존재가 비평가와 전문가다. 비평가는 모든 걸 알 수 있고, 모든 걸 말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 그들은 무슨 일이든 댓글을 달고 의견을 남겨야 한다는 초조감에 시달린다. 전문가는 한 가지에 대해 모든 걸 안다는 환상에 시달린다. 그들은 미리 할당받은 분야에 대해 완벽한 전체성을 갖춘 존재로 의기양양하다. 그러나 두 부류 모두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무엇도 산출하지 못한 채 모든 걸 안다는 향락에 빠져 있을 뿐이다.

사사키는 지식과 정보를 대하는 다른 길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철학의 길이다. 철학자는 모든 걸 아는 양 떠들기보다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 옳은지 그른지 모른다는 무지(無知)를 택한다. 낡은 세계가 제공하는 정보를 계속 먹어대는 가축 상태에서 벗어나 이를 의심하고 회의하면서 미래에 아직 무엇을 낳을지 알지 못하는 수태 상태로 살아간다.

수태란 세계를 다시 낳는 일이다. 성모 마리아가 보였듯, 수태는 새로운 약속을 낳는다. 낡은 규칙을 고쳐 써서 새로운 법이 마련되면 세상은 혁명된다. 사사키에 따르면 건건이 끼어들면서 모든 걸 아는 척하는 광장의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몽테뉴처럼 판단을 유보한 채 자기에게 침잠하는 첨탑의 에세이스트만이 새로운 세계를 잉태할 수 있다.

지혜의 갓난아기는 낡은 정보를 반복해 탐닉하는 비평가나 전문가보다 새로운 세계를 배태하려 애쓰는 철학자의 작업에서 태어난다. 모든 위대한 작가가 광장에서 수다 떨기보다 고립과 유폐를 견디면서 독서와 명상으로 자신을 단련한 이유다. 스테판 말라르메가 권했듯, 그들은 "유일한 참된 충고자인 고독이 하는 말"을 들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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