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소통] 열심히 살기와 네트워킹 중독

2024. 6.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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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킹 본질은 양보단 질
쫓기듯 인맥쌓기 피하고
최소한의 예의 지켜야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분들의 음덕을 입는다. 직장 문을 나온 뒤 신문에 글을 쓰고 강연자로서 살게 된 것이나 몇 년 동안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명망 있는 사회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그리 친하다고 할 수 없는 분들의 추천 덕분이었다. 올해 들어 전국 출장 횟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관계를 맺거나 모임에서 한두 번 만난 분들이 연결고리가 되었다. 마크 그래노베터의 '약한 관계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 이론을 떠올리게 된다. 스탠퍼드대학 교수였던 그는 1973년 일반인의 상식과 완전히 배치되는 이론을 발표해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니,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친척이나 친구 등 '강한 관계'(strong tie)보다는 오히려 가끔 접촉하던 사람들, 즉 '약한 관계'가 훨씬 더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였다.

그래서일까? 조찬 포럼, 대학교의 AMP 최고경영자 과정, 리더십 프로그램 등 새벽과 저녁 시간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한 달에 조찬 포럼만 15회 참석한다는 사람을 보면서 정말이지 '시간은 나는 게 아니라 내는 거'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좋은 모임에 참석하면 분위기부터 다르고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긍정적 에너지가 느껴진다. 40대, 50대 임원들뿐 아니라 70대 이상 평생 현역으로 활동하는 분들과 인사를 주고받다 보면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하든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해 계속 전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89세까지 현장을 지켰던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네트워킹의 본질은 무엇일까? 새로운 지식 정보의 축적이나 트렌드 변화를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도 있겠지만 인맥 쌓기 목적이 더 클 때가 많다. 조직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현대사회에서 모임 활성화 원인으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꼽는다. 부(富)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자본, 개인별 역량이나 기술 혹은 지식을 의미하는 인적 자본과 대비되는 제3의 자본으로 인맥 구축에서 오는 경쟁우위를 말한다.

가끔이기는 하지만 네트워킹 소통 방식에 위험신호가 감지되기도 한다. 명함 교환 직후 나이를 물어본 뒤 형님 동생 하자고 강요하거나 갑자기 반말하려는 경우다. 참석자들 가운데는 인생에서 무언가의 결핍, 이를테면 학력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열심히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다짜고짜 "몇 학번이냐?"고 질문해서는 곤란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 카톡방을 만들자마자 정치 주장이나 홍보물을 쏟아내는 경우도 종종 경험한다. 친해질 때까지 최소한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게 네트워킹의 기본 예의다. 미국인들이 이웃 사이에 상대방이 보이기는 하지만 넘어서지는 않는 '낮은 담'을 세우는 것처럼 관계의 일정한 선을 넘으면 안 된다. 그게 불문율이다.

시간에 쫓기듯 사는 분들을 만나도 마음이 편치 않다. 모임마다 지각하고, 앉은 자리에서도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 채 스마트폰으로 뭔가 문자를 보내며 통화를 하기 위해 자주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다. 시간, 체력, 돈, 정신력 모두 감당 안 될 정도로 네트워크 중독에 빠진 것은 아닌지 안쓰럽다. 모임에 다녀오면 명함은 수북한데, 누가 누구인지 전혀 기억 안 난다면 혹시 포모(FOMO) 현상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지 되돌아봐야 한다. 모임에 빠지면 왠지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현상 말이다. 주변 사람들 모두 어디론가 열심히 뛰어가는데 나만 혼자 정체된 것 같아 우울한 기분이 찾아오는 증상이다.

열심히 살기와 네트워킹 중독은 엄연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킹은 양보다는 질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귀하게 여겨야 사회적 자본이 된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계발 전문 작가 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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