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울림] '순수'의 벽을 넘을 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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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살면서 오페라는 유럽 여행 간 김에 한두 번 봤거든요. 그러다 지난 1년 사이 다섯 작품을 봤네요."
갈수록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든다면서, 서울시오페라단 시민예술단 허경석 씨가 말했다.
지난 4일 서울시오페라단 기자간담회에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달 11~12일 개최하는 제2회 광화문광장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도 시민 123명을 참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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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살면서 오페라는 유럽 여행 간 김에 한두 번 봤거든요. 그러다 지난 1년 사이 다섯 작품을 봤네요."
갈수록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든다면서, 서울시오페라단 시민예술단 허경석 씨가 말했다. 지난 4일 서울시오페라단 기자간담회에서다. 그의 1년을 바꾼 계기는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의 '세종썸머페스티벌' 중 9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무료 야외 오페라 '카르멘'이었다. 아마추어 합창단원 공모를 통해 해당 무대에 오르게 됐고, 노래를 부르면서 오페라를 좀 더 알게 됐다고 한다. 오페라단이 전문 성악가와 합창단의 전유물로 여기던 무대를 시민들과 나누자, 관객이 돼 돌아온 셈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달 11~12일 개최하는 제2회 광화문광장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도 시민 123명을 참여시킨다. 허씨도 2년 연속 무대에 오른다.
관객 저변 확대와 대중화는 공연예술계, 특히 순수예술로 취급되는 오페라·클래식·무용 등 분야엔 오랜 숙제다. 우선 장르 자체의 진입 장벽이 높다. 오페라의 경우 우리와 먼 16세기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데다 오래된 외국어 작품을 재현하니 사전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다. 귀족·고급예술, 순수예술이란 수식어에 갇혀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작품성·예술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산속에 틀어박혀 예술을 하는 게 아닌 이상 대중의 간택 없이는 공연도 존재할 수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늘 부족하긴 하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주체 지원사업에는 총 298건의 신청이 몰렸지만 선정 건수는 99건에 그쳤다. 지원액은 총 104억300만원. 음악 분야로 좁혀 보면 신청 74건 중 21건이 선정돼 25억28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 가운데 오페라 공연은 전무했다. 그 여파로 올해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예산 전액이 삭감된 채 열린다. 이 축제는 민간단체들이 연합해 2010년 첫 회를 시작으로 연 7억여 원, 2020년부터는 4억5000만원씩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올해는 단체들 사비와 일부 기업 후원을 받아 겨우 명맥을 잇는다. 지난해 8편이던 작품은 올해 5편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지원 부족만 탓하기엔, '숙제'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온다. 지원 기간 동안 대중성도, 경제적 자생력도 갖추지 못한 이상 존폐 위기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미 서울·대구·춘천 등 지역별 오페라 축제나 소극장 축제 등이 국내 초연작, 창작 신작 등을 다채롭게 무대에 올리며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앞선 서울시오페라단의 시민 참여 시도 역시 그중 하나다. 국립오페라단도 올해 아이돌 가수 출신 방송인 김동완을 전격 캐스팅하는가 하면, 현대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국내 초연하며 호평을 받았다. 장르의 정체성은 지키면서도 진입 장벽을 허무는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
즐길 거리가 차고 넘치는 시대다. 국내 각종 축제는 연 1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지난해 공연 건수는 전국 2만건이 넘었다. 이들 틈바구니에서 관객의 발길을 끌어들일 혁신의 고민은 아무리 많아도 넘치지 않는다.
[정주원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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