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병원 휴진’으로 출구 막힌 의·정 대치, 끝내 파국 맞을 건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를 요구하며 17일부터 중증·응급 환자를 제외한 전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이 결정은 7일까지 진행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집단 휴진 찬반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 20개 의대 소속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의협 투표 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에서 촉발된 의료계 ‘총파업’이 도미노식으로 다시 확산될 기로에 선 셈이다. 정부가 각종 행정명령 철회로 의·정 갈등 출구를 모색하기 시작한 시점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환자들은 나 몰라라 하며 집단 휴진에 앞장서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는 지난 4일 전공의와 수련병원에 대한 진료유지명령·업무개시명령·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공의 복귀 시 면허정지 절차를 중단하고 전문의 시험 응시에 아무 걸림돌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형평성 논란과 또 한 번의 ‘의사 불패’ 선례를 남긴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유화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명령 취소가 아닌 철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총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명령을 완전히 취소해 없었던 걸로 만들지 않으면, 철회 시점까지 행정명령을 어겼다는 위법 사실은 여전히 남아 언제든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뒤늦게 유화책을 꺼내든 정부가 또 말을 바꿔 보복 행정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땐 100일 넘게 겉돈 의·정 대화도 파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그 와중에 다시 시작된 의사들의 집단 행동은 국민의 요구와 멀고, 직역 이기주의의 극치일 뿐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정부가 ‘2000명’이라는 의대 증원 숫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밀어붙인 책임도 작지 않다. 정부가 소통과 설득을 게을리하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의료계 역시 책임 있게 협상·대화할 대표적 주체조차 세우지 못하고, 파업할 때만 일사불란하니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종국에, 행정명령 ‘철회’와 ‘취소’ 차이로 맞선 이 힘겨루기는 서로 간에 깊이 패인 불신의 간극을 보여준다.
의·정은 이제 그만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싸움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앉길 바란다. 의료계는 현장에 복귀하고, 내년도 입시안은 인정하되 2026년도 이후의 의료개혁안을 논의할 의·정 협의체를 꾸리기 바란다. 진료 중단 운운할 때마다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는 환자들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오죽하면 서울대병원장까지 발표문을 통해 “무기한 휴진은 환자들의 불편을 넘어서서 안전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그간 교수들의 결정을 존중해왔지만, 집단 휴진은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겠는가. 의·정 파국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 치킨게임의 책임을 통감하고, 대화로 그 출구를 찾겠다는 ‘열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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