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전 ‘가짜 9번’ 만점 활약 주민규, 김도훈호 해리 케인 될까

박효재 기자 2024. 6. 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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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 주민규가 싱가포르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를 마친 뒤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전 활약을 놓고 보면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따로 없다. 축구 대표팀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에서도 부름을 받은 주민규(울산)가 세계 최고 ‘가짜 9번’ 공격수로 불리는 케인을 연상케 하는 연계플레이와 결정력을 보여줬다. 그의 가세로 대표팀의 공격 옵션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7-0 대승으로 끝난 6일 싱가포르와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원정 경기는 플레이메이커로서 주민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주민규는 이날 4-3-3 포메이션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는데, 골잡이 역할보다는 중원으로 내려와 볼을 간수하고 측면에서 침투하는 윙어들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데 집중했다.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5차전 한국과 싱가포르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주민규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규는 어시스트만 3개를 기록했다. 전반 9분 손흥민(토트넘)의 슈팅이 막혀 흐른 공을 박스 오른쪽으로 끌고 가 상대 수비 시선을 분산시켰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에게 패스를 내줘 첫 도움을 올렸다. 후반 8분 손흥민의 첫 골 장면에서는 중원에서 받은 볼을 잘 지켜 왼쪽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롱볼을 연결해 또 도움을 올렸다. 바로 1분 후 이강인의 두 번째 골도 도우며 도움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공중볼 경합과 헤더 능력으로 전형적인 스트라이커의 면모도 선보였다. 전반 20분 왼 풀백 김진수(전북)의 크로스가 올라오자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무너뜨리고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높은 결정력으로 득점을 올리는 모습은 흡사 케인을 떠올리게 한다. 주민규는 득점 후 케인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따라하기까지 했다.

EPL 토트넘 시절 해리 케인과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주민규가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그의 다소 느린 발과 민첩성 부족이 주로 꼽혔다. 현대 축구에서 최전방 공격수는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이 요구되는데, 상대 빌드업을 높은 위치에서 괴롭히기 어려운 주민규는 외면받아왔다는 것이다. 드리블 능력 부족, 활동 반경이 좁은 것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런 약점들을 탁월한 연계 능력과 결정력으로 보완하는 모양새다.

결정력 좋은 주민규가 가짜 9번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표팀의 공격력은 배가 됐다. 상대하는 처지에선 시선만 분산시키는 게 아니라 여차하면 득점까지 올리니 막기 까다롭다. 특히 손흥민과의 호흡이 좋았는데 세계 최고의 피니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손흥민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다 듀오 골 기록을 썼던 케인과의 콤비 플레이마저 떠오른다. 여기에 대표팀 최고의 테크니션 이강인까지 오른쪽 날개에서 상대를 휘저어주면서 전방에서 파괴력은 더욱 커졌다.

주민규의 ‘가짜 9번’ 역할은 전반적으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오면서 상대 수비들이 딸려 내려올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서 상대 뒷공간에 빈틈이 생긴다. 손흥민, 이강인 등 윙어는 물론 미드필더들이 침투하게 되면서 공격 기회는 그만큼 늘게 된다. 김도훈 임시 감독은 공격 성향이 강한 미드필더 황인범(즈베즈다)과 활동량 많고 축구 지능이 높은 이재성(마인츠)을 상대 측면과 중앙 사이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들게 만들어 괴롭혔다. 주민규가 상대 깊숙한 진영까지 내려오면서 중원 숫자 싸움에서도 유리해지고 탈압박이 수월해지는 것도 주민규 ‘가짜 9번’ 롤의 효과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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