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바뀌니 채무비율 ‘뚝’…선심 정책 '도덕적 해이'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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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기준 개편으로 줄어든 국가채무·가계부채 비율이 각종 선심성 정책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 비율이 줄면서 일단 빚을 내 쓰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제규모가 커지자 국가채무‧가계부채 비율은 상대적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사상 처음 50%를 돌파하며 재정운용 부담 우려를 키웠던 국가채무비율이 기준 하나 바꾸면서 호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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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좋아졌다는 착시효과
"국채 발행 등 손쉬운 재원 마련, 경계해야"
통계기준 개편으로 줄어든 국가채무·가계부채 비율이 각종 선심성 정책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 비율이 줄면서 일단 빚을 내 쓰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7일 정부‧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를 2020년(기존 2015년)으로 바꿔 산출한 결과 2022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162조 원에서 2,324조 원으로 늘었다. 경제규모가 커지자 국가채무‧가계부채 비율은 상대적으로 내려갔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지난해 기준)은 100.4%에서 93.5%까지 하락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4%에서 46.9%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사상 처음 50%를 돌파하며 재정운용 부담 우려를 키웠던 국가채무비율이 기준 하나 바꾸면서 호전된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빚을 내서라도 재정정책을 쓰자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반대논리로 쓰인 재정건전성 명분이 다소 약해지면서 민생회복지원금 등 재정지출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골자로 한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은 약 13조 원으로, 야당은 그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해왔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재원 마련이 걸림돌로 제기됐던 간병비 부담 완화나 철도 지하화도 마찬가지다. 간병 문제가 시대적 과제라는 점엔 이견이 없지만, 국내 요양병원 환자들의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매년 최소 15조 원 이상 소요된다. 그 부담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전국의 철도 지하화 대상 노선은 총 552㎞로, 50조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는 게 정치권의 추산이지만, 건설 업계에선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서울시는 서울 내 국가철도 구간 71.6㎞에 대한 지하화 사업비를 32조6,000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정치권은 민자 유치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나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정부 재원이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안 교수는 “(기준연도 변경으로) 채무비율이 줄어든 것이지, 언젠가 갚아야 할 채무액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며 “통계 착시효과에 기대 국채발행 등 손쉬운 재원 마련에 나선다면 미래세대에 상당한 재정 부담을 떠넘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660조 원 안팎이던 국가채무는 급격히 뛰어 지난해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돌파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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