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 연휴’에도 순익 급감…배달 자영업자 “플랫폼 노예 같다”

강한들·이수민 기자 2024. 6. 7. 16: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 서구의 한 식당에 지난 1월10일 임대문의 안내문구가 부착된 채 불이 꺼져 있다. 권도현 기자

김영명씨(36)는 경기 양주시에서 김밥·분식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최근 6년4개월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김 물가보다 요즘 김씨의 근심을 더 짙게 하는 것이 있다. 이리저리 바뀌다 어느덧 숨통을 조이는 수준까지 커진 ‘배달 수수료’다.

배달 플랫폼 회사들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따른다면 김씨는 김밥 한 줄 가격당 300~4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배달 플랫폼에 정액 광고비를 내던 방식이 지난 1월 ‘정률형’ 위주로 바뀌면서 생긴 변화다. 매출과 무관하게 앱 내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광고비를 내던 자영업자들은 이젠 장사가 잘될수록 더 많은 금액을 배달 플랫폼에 내게 됐다. 김씨는 고심 끝에 ‘정률형’ 광고비를 거부했다. 김씨는 “소비자 불만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자영업자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배달 플랫폼이 물가 상승 시기에 올라타 자신들의 이익도 늘리고 비난은 피하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가정의 달 5월이 지나며 매출 회복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최근 6월 첫주 ‘퐁당 연휴’에도 ‘우울한 매출액이 나오자 울상을 지었다. 배달 플랫폼 정책이 바뀌면서 자영업자들이 수개월간 ‘배달 플랫폼발 보릿고개’에 내몰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 11월 서울 중구의 한 거리에서 한 배달 노동자가 잠시 멈춰 서서 종이에 무언가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순이익 급감’ 이유는 배달 플랫폼?

현충일인 지난 6일 자영업자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는 ‘매출 급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영업자들은 “오늘 빨간 날 맞냐” “오늘 장사 망했다”는 글을 올리며 서로 신세를 한탄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배달 위주 수제버거·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38)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서 매출이 30~40% 정도 줄었다”며 “지난해 연말과 지난달을 비교하면 매출은 20% 정도 줄었는데, 순이익은 70%가 줄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배달 플랫폼 정책 변화’가 주요 이유라고 했다. 기존 방식은 일정 금액의 광고료를 내면 노출도를 높여주는 방식의 ‘가게배달’이었다. 자영업자가 내는 광고료는 판매량과는 무관했다. 지난 1월 배달의민족은 ‘배민1플러스’를 도입했다. 배민1플러스 도입 이후 배달의민족 첫 화면에는 ‘배민배달’이 더 크게 노출됐다. ‘배민배달’ 옆에는 ‘알뜰배달 팁 0원’이라는 문구도 띄웠다. 저가 배달로 소비자들을 유인하려는 플랫폼간 경쟁의 결과였다.

부담은 자영업자들에게 전가됐다. 배민1플러스로 주문이 들어오면 자영업자들은 주문 한 건당 6.8%의 중개 이용료(부가세 별도)를 플랫폼에 내야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배달 한 건당 배달 수수료·중개 이용료 등을 모두 합치면 6000원”이라며 “배달 플랫폼의 노예로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달 매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배달 플랫폼 정책이 바뀐 지난 1~5월 서울의 일반음식점 중 폐업한 곳은 총 6932곳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폐업 업체(5831개)에 비해 약 20% 늘어난 수치로, 최근 7년 중 최고치였다.

2018년부터 올해 1~5월 서울에서 폐업한 일반음식점 개수를 비교해보면 올해 폐업한 매장이 가장 많았다. 이수민 기자 (자료: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배달 플랫폼에서 스스로 ‘탈출’하는 움직임도 있다. 김씨는 지난 2월부터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으니 “‘배민배달’말고 ‘가게배달’ 탭을 이용해달라”는 전단을 손님들에게 보냈다. 지난달부터는 가게배달만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플랫폼사들이 소비자만 많이 유입되면 입점 업체는 알아서 따라온다는 생각으로 자영업자들을 노예처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들의 문제에 손을 놓은 상태다. 울산에서 유명 치킨·햄버거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웅구씨(45)는 “프랜차이즈 운영 본부에서는 오히려 쿠팡이츠, 배민1플러스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공지를 보냈다”며 “점주들의 수익이 늘지 않아도 판매량이 늘면 원재료를 공급하는 본사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법 제정 요구하는 사장들

김영명씨는 “이대로는 안된다”며 지난달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을 만들고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상반기 확정 부가세가 통보되는 오는 7월이면 순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을 체감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날 것이라 본다. ‘줄폐업’을 하거나 가격 인상에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위기감도 느낀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점주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플랫폼은 사실상 독과점 사업자로서의 지위로 실질적인 조치를 강제하고 있다”며 “‘자사 우대 금지’와 ‘핵심 계약 내용 공개’ 등 내용을 골자로 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이수민 기자 waterm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