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온 3인조 '괴짜' 작가 富 불균형·기후위기 도발적 질문
회화·영상·설치작업 등 30년간 전방위 프로젝트
"광주비엔날레 참여 등 한국과 인연 깊어"
핑크빛 LED 조명으로 자본주의 불안 보여줘
심해처럼 꾸민 전시장선 바다 생물과 공존 모색
"세계의 종말보다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기 더 어려운 세상이다."
빨간색 티셔츠를 나란히 입고 온 덴마크의 3인조 작가그룹 수퍼플렉스(SUPERFLEX)는 이런 철학을 작품 속에 투영하는 '괴짜' 작가들이다. 야코브 펭에르(오른쪽), 비외른스티에르네 크리스티안센(가운데), 라스무스 닐센은 세상의 불합리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도발적인 작업으로 이름난 삼총사다. 테이트 모던, 쿤스트할레 바젤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도 초청됐다.
국제갤러리 서울점 K1과 K3에서 7월 28일까지 수퍼플렉스의 개인전 'Fish & Chips'가 열린다. 5년 만의 한국 전시를 위해 방한한 세 사람은 페인팅,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한자리에서 펼쳐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관심사인 기후(Fish)와 경제 시스템(Chips) 사이의 관계성을 다룬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개막일인 4일 만난 세 사람은 "광주비엔날레에 2번 참여했고 한국과는 20년 이상 인연이 있다. 저희는 거대한 하나의 공간에 고립적인 환경을 만들어 그 안에서 보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안겨주려 노력한다. 이번 전시도 다른 세계를 향하는 일종의 인터페이스 혹은 포털로 여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K1 입구 공간에는 네온사인 간판을 연상시키는 LED 조명 작업 3점이 설치됐다. 'Save Your Skin' 'Make a Killing' 'Hold Your Tongue'이라는 작품 제목과 동일한 문구의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핑크색 빛으로 방을 은은하게 밝힌다. 불안과 경고의 메시지들은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문구다. 수퍼플렉스는 "창밖에 보이는 이 도시의 건물 간판처럼 설치했다. 세 문구가 함께 설치된 건 처음인데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반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K1 안쪽 공간에는 제목에 쓰인 'Chips'를 상징하는 회화와 식물 작업이 설치됐다. 언뜻 보기에는 순백의 단색화처럼 보이는 그림 속에 신용카드의 마그네틱칩 디자인이 접목되고, 칩에 사용되는 규소(Silicone)를 사용했다. 작가는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 시스템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해온 일이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화분'은 뉴욕 씨티그룹 빌딩의 모습을 한 화분 조각에 환각을 유발하는 마약 등의 식물을 꽂아 전시한 연작이다. 이번 전시에는 제주도에 자생하는 독성 식물 협죽도를 대신 심었다.
수퍼플렉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설치 작업은 K3에서 만날 수 있다. 외부의 빛을 차단해 깊은 바닷속에 들어간 것처럼 연출된 전시장에 이들은 세 작품을 조화롭게 설치했다. 남태평양의 과학 탐사에 초대받은 걸 계기로 이들은 10여 년 동안 바다를 소재로 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보트에서 130m의 로프를 타고 잠수해 외계 생물처럼 보이는 심해 생물을 만난 것을 계기로 작품이 탄생했다. 수퍼플렉스는 "심연 속에서 지구상에 없을 것 같은 생명체들을 보게 됐다. 이 탐사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눈으로 그들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를 이해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영상 'Vertical Migration'(2021) 속에는 이들이 목격한 수중해파리의 친척인 사이포노포어(siphonophore)가 살아서 움직인다. 관람객의 움직임을 따라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 매일 밤 먹이를 찾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바다 생물들처럼, 다가오는 미래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간들도 '수직 이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묵시록적인 예언을 담았다.
지표면이 물에 잠긴 미래를 암시하는 포르투갈의 천연 대리석·화강암 등으로 만든 조각은 해양 생태계와의 공존을 위한 상상력에서 착안했다. 바다의 생물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소재와 형태로 만들어 이들의 시각에서 인류를 바라본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바다의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어, 현재는 인간을 위한 조각이지만 미래에는 물고기들을 위한 조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살가죽과 뼈의 경계가 무색”…2년 만에 돌아온 우크라 포로 - 매일경제
- 도로서 추돌사고후 옆 바다로 추락...해경, 벤츠 운전자 구조했지만 숨져 - 매일경제
- “정년 70세로, 전국 처음”…2000여명 근무하는 ‘이곳’ 어디길래 - 매일경제
- 최측근이 이런 말을…“이재명, 설탕만 먹는다면 이빨 다 썩을 것” - 매일경제
- “이 정도면 살 만하네” 청약족도 기웃기웃…요즘엔 신축말고 ‘이것’ 대세 - 매일경제
- 심수봉 “10·26 때 그 분이 그렇게 당하는 것 보고 제 정신 아니었다” - 매일경제
- “좀처럼 안오르는데, 꾸준히 사들이네”…엔화예금 넉달새 11% 쑥, 이유는? - 매일경제
- “여기저기 ‘서민 커피’ 늘어나더라”…초저가 열풍에 자영업자 ‘한숨’ - 매일경제
- 골 폭죽 터트린 韓축구 월드컵 2차예선 통과 - 매일경제
- ‘韓 감독 간의 피 튀기는 경쟁’ 신태용 vs 김상식, WC 최종예선 티켓 누가 거머쥐나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