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로 가는 대한민국, 인구 변화 대응책은 없나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서울의 심연
산재 일기
2023년 인터넷 밈으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국내 방송에 출연한 노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조앤 윌리엄스 명예교수가 2022년 기준 한국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우!"라고 외친 장면이다.
1년 사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까지 추락한 데 이어 올해 4분기에는 0.6명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소멸'을 우려하며 100년 후에는 2천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국내 대표적인 인구경제학자인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반대로 "인구변화의 미래는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인구변화가 불러일으킬 사회경제적 영향은 인구변화 자체보다 더 가변적이고 대응 방법에 따라서도 기술 및 산업과 노동 수요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는 단순히 출산율에 따른 인구변화에 한정하지 않고 노동시장에 초점을 맞춰 향후 인구변화가 어떤 사회경제적 충격을 가져올지 분석한다. 인구변화로 노동력이 언제 얼마나 감소할지, 생산성은 어떻게 변화할지, 어떤 부문에 어떤 형태의 노동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지를 파고들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대응책도 제시한다.
한국이 직면한 인구위기의 본질적인 문제부터 장래 인구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 인구변화의 미래를 좌우할 청년, 고령자, 외국인과 관련된 주요 이슈도 다룬다.
이철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12쪽
"쪽방 건물은 들어가는 순간부터 찌든 냄새가 강하다. 낙후된 건물에 퍼진 짙은 곰팡이 냄새, 적층된 먼지 및 담배 냄새와 관리되지 못한 공용 화장실 냄새가 섞여서 풍기는 특유의 악취다."
"적응의 문제는 쪽방촌 내 기관들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주요 영역이다. 쪽방촌에서의 인간의 적응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각 기관들의 빈곤 감소 개입은 커다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 쪽방촌상담소의 최종 목표는 거주자들의 (주민화) 적응을 막고 주류 사회로 이주하도록 돕는 '탈쪽방'이다."
빈곤 연구자가 서울의 대표적인 빈곤 도시인 동자동 쪽방촌에 세를 얻어 들어간다. 이론적인 빈곤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을 체험하고 이론과 현실을 일치시키려는 이 선택은 예상을 뛰어넘는 극한 체험이었다.
'서울의 심연'은 10년의 빈곤 연구가로 활동하며 박사 과정 말미에 도시 빈곤의 치열한 생활터인 쪽방촌에 들어간 청년의 표류기다.
스스로 빈곤의 세계로 들어가 쪽방촌에 살고 있는 200여 명에 달하는 거주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쪽방촌을 지원하는 쪽방상담소, 사랑방, 종교단체들과 접촉해 빈곤의 도시를 만들고 유지하는 힘, 그리고 빈곤을 탈출하려는 힘과 현실적 문제의 관계에 대해 추적해나간다.
저자는 체험으로 얻은 생생한 기록들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다른 빈곤 현장의 무수한 당사자들로부터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는 몰랐던 빈곤'의 실체에 접근한다.
탁장한 지음 | 필요한책 | 296쪽
'산재일기'는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이들과 오랜 세월 연대해온 시민단체 활동가, 하청노동조합 간부와 그의 아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힘을 보탠 변호사, 1988년 원진레이온 사태의 피해자를 치료했던 의사, 유해 환경에서 일한 엄마의 뱃속에 있다가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 사고로 죽은 청년 노동자의 친구들 등 산업재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 17명의 목소리를 두 명의 배우가 대신 전달하는 실험 형식의 희곡이다.
이처럼 사건의 당사자들의 '증언'을 편집해 재구성하는 연극을 '다큐멘터리 연극' 또는 '버바텀 연극'이라고 한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그늘진 낙원' 등의 작품을 남긴 독일의 소설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는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라고 말했다. 한 해 일터에서 다치는 노동자가 10만 명이 넘고 그 중 목숨을 잃는 노동자는 2천여 명에 달한다.
이 희곡은 하루하루 무심히 쌓여간 숫자 뒤에 가려진 이들의 절망과 아픔을 연극 무대 위로 불러온 작품이다. 2022년 고 노회찬 의원 4주기 추모 연극으로 무대에 올라 입소문을 타고 2023년 봄 대학로에서 다시 공연됐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저자는 "이들의 말이 쌓일수록 산업재해는 사회적 현상(통계)라는 외피를 벗고 사람 한 명 한 명이 겪어낸 '사건'으로 드러난다. 이 연극은 산업재해가 누군가의 몸으로 겪어낸 사건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사건임을 증언한다"고 강조한다.
작품은 실제 인물들의 목소리를 재현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생생하게 마주하는 한편,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던진다.
이철 지음 | 아를 |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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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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