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착취당한다" 꿈쩍 않는 전공의들…월급 받으려 변호사 조언 공유

정심교 기자 2024. 6. 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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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전공의 이탈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그리고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는 동시에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2024.6.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회유하기 위해 정부가 '사직서 금지 명령'을 철회하는 등 출구전략을 내놨지만, 전공의들이 돌아올 낌새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를 대표해 메시지를 내온 사직 전공의들은 공통으로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도 착취당할 것"이라고 말해,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비상등'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의사들 커뮤니티에선 사직서를 낸 후 현재까지 100여 일간 못 받은 월급을 병원 상대로 청구해 받기 위해 피해야 할 것까지 공유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공의 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7.5%(1026명)로, 전체 1만3756명 중 1만2730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앞서 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병원장에게 내린 (전공의에 대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 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돌아오는 전공의에게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고, 수련 기간을 못 채우더라도 내년 1월 전문의 시험까지 치를 수 있도록 한 뒤 면허를 발급하는 '혜택'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2월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류옥하다 씨는 6일 밤 SNS에 "정부가 명령을 철회했지만, 저는 전공의로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간 전공의 수련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당장은 아니"라며 "적어도 지금은, 구조적인 착취의 사슬 속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를 타자화된 존재로 만드는 자본의 첨병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광야에서 힘겹게 넉 달을 버틴 동료들도, 어떤 선택을 하든 각자의 삶에 행복이 함께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이미 한 번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봤다. 우리는 아직 젊고, 새로운 생의 갈래로 얼마든지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취소, 진료유지명령 취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후 생각에 잠겨 있다. 2024.5.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SNS에 "퇴직금은 준비가 되셨겠죠"라며 "달라질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사직서 제출 전까지 세브란스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근무했다. 그는 "사실 이제는 (정부가) 뭐라고 지껄이든 궁금하지도 않다"며 "전공의들 하루라도 더 착취할 생각밖에 없을 텐데요"라고 지적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를 금지한 기간에 병원으로부터 받지 못한 월급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일부 수련병원에선 전공의들이 지난 2월 제출한 사직서를 철회하고 새로운 사직서를 다시 내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7일 의사들 커뮤니티에선 "이같은 병원의 요구에 절대 따라서는 안 된다"는 임 모 변호사의 조언이 떠돌고 있다. 임 변호사는 "일부 병원에서 새로운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혹시라도 그 요구에 따라 사직서를 새로 제출한 전공의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건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병원의 요구에 절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임 변호사는 "전공의들이 2월에 제출한 사직서를 병원이 뒤늦게 수리하면, 퇴직금 지급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병원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나 당사자 간의 합의 없이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며 "그래서 이를 면하기 위해 사직서를 새로 받으려고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가 사직서를 새로 내면 병원에 대해 4개월 동안 받지 못한 임금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사직서를 새로 내면 의료법 위반으로 징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임 변호사의 법적 자문이다. 그는 "기존 사직서를 철회하면 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신분이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했다는 점도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후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면허정지 등 징계나 형사처벌에 있어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므로 절대로 병원의 요구에 응하지 말라"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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