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학교’까지 폭격한 이스라엘, ‘전쟁범죄’ 논란 확산
이번 공격으로 30∼40명이 숨지고 다수 부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중부의 ‘유엔 학교’를 폭격해 아동·여성 포함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쟁범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은 불과 지난달에도 가자지구 라파 피란민촌 폭격으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내 논란이 됐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이) 유엔 건물을 공격하고 표적으로 삼거나 군사적 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국제 인도주의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공군 항공기가 이날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피란민촌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학교를 폭격한 사실이 알려지자 내놓은 반응이다. 누세이라트 난민촌은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가자지구 한가운데에 세워진 팔레스타인 난민 거주지다. 로이터·AFP 등 외신은 이번 공격으로 30∼40명이 숨지고 다수가 다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당국자들에 따르면 사망자 중엔 어린이 14명, 여성 9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생존자 후다 아부 다허는 이날 새벽에 잠을 자다가 폭발음에 눈을 떴다면서 “사람들의 시신이 (학교) 안팎에 흩어져있었고 가스통이 폭발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열 살배기 조카가 이번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유엔 시설은 무력 충돌 중에도 침범할 수 없으며 언제나, 누구에게서든 보호받아야 한다”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수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해당 학교 건물이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조직원들이 학교 내에 은신하고 있어 정밀 타격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슬람 지하디스트 및 하마스 전투원 30여 명이 숨어있던 교실 3곳을 공격했고, 그 결과 ‘테러리스트’ 9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에 앞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는 이 같은 이스라엘 측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하마스 정부 언론 담당자 이스마엘 알타와브타는 폭격당한 유엔 학교에 하마스 정예 조직원이 은신한 상태였다는 등 이스라엘 측 주장에 대해 “수십 명 피란민을 상대로 한 잔혹한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라자리니 위원장은 “무장단체가 대피소 안에 있었을 수 있다는 (이스라엘) 주장은 충격적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주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티셀렘(B’Tselem)은 성명에서 이번 공습이 “전쟁범죄로 의심된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 단체는 “만약 이스라엘 주장대로 하마스가 군사작전을 계획하려 학교를 이용했다면 이 행동은 불법이지만, 학교에 피신했던 민간인들에게 (이스라엘군이) 막대한 해를 끼쳤다는 사실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유엔 학교 공습엔 미국산 폭탄인 GBU-39가 사용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이 보도함에 따라 미국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미국산 무기 사용 여부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에 문의할 사안”이라고 일축하면서 “(미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그들(이스라엘)에게 ‘합법적인 군사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때 민간인 피해 수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가장 정밀하고 (폭발력이) 작은 무기를 사용하라’고 압박해 왔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달 26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피란민촌을 공습했을 때에도 다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해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특히 당시 공습은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바로 다음 날 이뤄져 비판이 컸다. 가자 보건부는 당시 공습으로 여성과 노약자 23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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